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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니씨에 대하여.

이소영 |2006.09.24 22:19
조회 14 |추천 0

 

 추석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일이다. 학기중이였던 나와 오빠 , 그리고 가족들은 늦은 밤 부랴부랴 경북 상주로 향했다. 가는 내내 할머니의 상태를 파악하고 조마조마해 하며 , 몇번인가 위험이 있었듯이 이번에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경북대병원에 도착한 우리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화를 했던 할머니께서 입을 꾹 다무신 채 누워계셨다. 눈도 뜨지 않으셨다. 모두들 애써 침착하려는 기색이였고 ,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친척분들께서는 , 우리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잠시 정신이 돌아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까지 불렀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께서는 몇년째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을 하셨다. 우리가 시골엘 가면 늘 남은 음식을 마저 다 드시곤 하셨는데 , 그런것 하나하나까지 당뇨병이 악화 되었던 원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젠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경북대병원은 내 기억으론 , 대구에 있는 큰 병원이다.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보고자 그곳까지 옮겨졌던 것이고 , 이젠 가망이 없다 하니 그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다시 상주 성모병원으로 옮기셨다. 아주 어릴쩍 기억으로 , 성모병원 옆에는 오빠가 다녔던 유치원이 있었다. 아마도 나는 오빠를 따라 몇번인가 그곳에 놀러 가곤 했을 것이다. 그 바로 옆에서 , 나의 할머니는 임종하셨다. 나와 내 오빠와 내 친척오빠가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우러 매점에 다녀온 사이 , 할머니는 마법처럼 눈을 한번 뜨시더니 금새 눈을 감고 , 돌아가셨다고 한다.

 

 

 

 

 

 스크루지니 할머니 , 우리 김진희 할머니의 별명.

고집 있으시고 잘 아끼시고 잔소리 잘하신다고 오빠들과 지은 별명이다. 그런 할머니의 제사를 지낼 땐 꼭 한번씩 가족들이 할머니 흉을 보곤 한다. 흉이라기 보다는 , 이런 식이다. " 아따 ~ 우리가 이래 정신없이 장만하고 나면 분명히 할마씨 , 음식 싹 다 싸갖고 가실꺼라. " , " 깨또(노총각인 막내삼촌) 장개 안갔다고 또 뭐라 하는거 아이라 ? ". 내 생각인데 , 할머니께서는 분명 좋은 곳에 가셔서 우리가 흉보는거 다 듣고 계실거다. 매 해 , 제사때가 되면 그 작은 귀가 가렵다며 귀이개를 찾으실지도 모른다.

 

 

 

 

 

 

 

 

 

 

 

 

 

 

 

 

 

 제사인 오늘 , 태어나서 이렇게 머리가 아파본 것도 참 까마득하다. 적 굽는 냄새때문인지 , 온통 기름냄새가 진동을 해서 머리가 더 아팠던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집에 도착하시자 마자 내 이마를 짚어 주셨는데 , 그만 눈물이 날 뻔 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 내 가족들은 아주아주 늦게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말씀이 , 올 겨울을 버티지 못하면 당신도 가망이 없다고 하시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정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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