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1세기 독서사회, 그 지평넘기’ 세미나
1996년 이후 10년간 국내 출판물 발행부수 약 25% 감소, PC방 2만2000개 서점수 약 2000개, 초·중·고생들의 주말 게임시간 210분 주말 독서시간 49분(2004년 기준), 초·중·고생들의 학기당 독서율(한 학기에 책을 한권 이상 읽는 비 율) 1994년 98%에서 2004년 89%로 감소, ….
한국의 독서 실태를 보여주는 현 주소 중 일부다. 독서와 관련된 일그러진 자화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더욱 확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바닥권에 해당하는 공공도서관 보 유, OECD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한 성인독서 시간. 이러니 OECD 의 각국별 문석해독력 비교에서 한국이 조사 대상 22개국 중 꼴 찌로,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제 대로 배울 수 없을 정도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당연한 지 모른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21세기 독서사회, 그 지평넘기’ 세미나에서는 독서는 단순히 개인의 지적 발달을 위한 활동이 아닌 사회 현상이자 경제현상으로, 기초 생존권의 보장과 관련된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문화일보 25일자 26면 참조)
이날 세미나에서 총괄발표를 하는 박인기(경인교육대 교수) 한국독서학회 회장은 미리 배포한 주제발표 자료에서 “독서를 개인 의 지적 발달과 교양 도야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한에는 사회 현 상으로서의 독서, 나아가서는 경제 현상으로서의 독서를 읽어낼 수 없다”며 독서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사고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파악한다.
박 회장은 특히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직업은 읽고 쓰는 능력 을 필요로 하며, 창의성과 지적생산력을 강조하는 직업일수록 ▲비판적 사고기능 ▲의사결정 기능 ▲문제해결 기능 ▲ 심미적 기능 ▲ 자기학습 기능 ▲추론 기능 ▲초인지 기능 등을 포함한 ‘직업문식성(職業文識性·직업과 관련한 읽기와 쓰기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능력들이 부단한 독서를 통해 길러 져야 할 능력인 이상, 독서 운동은 평생교육의 전체 맥락 속에서 전략적 위상을 가진 채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발 나아가 “정부는 국민의 책읽기 환경 조성이 국민의 기초 생존권 보장이라는 정책 철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지식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서 책읽기는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법·제도 정비, 범정부 차원의 독서추진기구 설치에서 도서관 증설 등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독서 진흥을 위한 각종 대안도 속 출했다. 토론에 나선 이수만 한국공공자치연구원 공공혁신연구부 팀장은 국내 독서환경과 출판산업의 연계성 미흡을 지적하며 독서진흥 핵심주체를 선정해 이를 중심으로 독서운동을 펼칠 것을 주문했고, 백 책임연구원은 “도서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물신화된 소비공간이나 국민의 눈, 시간, 지출을 지배하는 오락 콘텐츠와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관련 책을 판매하고, 약국이나 병원 에서 건강 관련 책을 판매하는 등 도서정보 유통체계를 혁신하고, 서점복권, 대한민국 독자대상, 이동서점 운영 등 책 구입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강력한 프로모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상수 아침독서추진본부장은 시설 확충에 이어 이제 장서확 충을 목적으로 하는 ‘제2단계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과 ‘학급문고 500권 갖기 교사 운동’에 더해 지하철역 도서관의 획기 적인 확충을 제안, 주목을 받았다.
민병욱 한국간행물윤리위 위원장은 “인터넷의 확산 등 최근의 매체 환경 변화로 책의 역할이 미미해진 것으로 보이나, 21세기 의 경쟁력에 필수적인 지식과 정보의 보고는 여전히 책”이라며 “좋은 책, 좋은 글을 읽기 위한 독서 운동은 가을철뿐만 아니라, 연간 지속적·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