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수목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첫 회와 2회를 보았다. 난 이 드라마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저 고현정이 오랜 공백을 깨고 출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래시계와 같은 고현정의 전작들을 회상하면서 그런 비슷한 이미지를 기대하며 첫 회를 보았다.
그러나 고현정은 그런 나의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엎었다. “여우야 뭐하니?”는 첫 회, 첫 장면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뜬금없이 왠 사극의 전투씬? 난 순간 티브이 채널을 의심했다. 곧이어 펼쳐진, 역시 뜬금없는 이혁재와 고현정의 농도 짙은 러브신. 어리둥절했다.
난 “이렇게 보니 고현정도 색시하네! 고현정이 허벅지도 보여주네! 고현정이 아줌마 되더니 대담해졌네!” 짧은 시간 여러 생각들이 마구 스쳐갔다. 그렇게 첫 회를 보고 어떤 드라마인가를 파악한 지금도 난 그 첫 장면의 노출이 영 찜찜하다.
너무 야해서가 아니라 고현정이 진지한 장면도 아닌 코믹한 장면에서 그렇게 허벅지 까지 들어낼 필요가 있었는가? 해서다. 마치 못 볼 걸 본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이 드라마 너무 재밌다. 이제껏 보아 온 티브이 드라마와는 많이 달랐다. 노골적인 장면과 대사, 거기에 고현정의 천연덕스런 연기까지...
다음날 인터넷을 보고 깜짝 놀랐다. 드라마가 이제 첫 회만이 나갔을 뿐인데 같은 시간대의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와! 정말 대단하다. 요즘은 정말 초스피드 시대다. 겨우 하루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관련 기사들이 여기 저기...
기사를 보다가 이것이 “내 이름은 김삼순”을 쓴 김도우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그래서 그렇게 감각적인건가?”하는데 엄니가 “작가가 여자니?”하고 물으시기에 난 그냥 별 생각 없이 “김도우니까 남자겠지?”해놓고서 가만 드라마를 되짚어보니 산부인과 진찰 후 병희의 나래이션에서 여성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졌다. 인터넷에서 김도우 작가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역시나 여자였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재밌다.”, “감각적이다.”, “현실적이다.”와 같은 호평과 함께 “넘 야하다.”, “가족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와 같은 악평도 있는데 난 뭐 그냥 좋기만 하다. 엄니 아부지랑 함께 봐도 조금도 민망할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마 울 엄니 아부지도 그럴 것이다. ^^
암튼 웃긴 거 좋아하고 야한 거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딱 맞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3류 성인잡지에 “주몽야화”를 쓰는 병희가 실은 전혀 경험이 없는 완전 숫처녀라는 설정. 그런 잡지에 “깡베야화”를 쓰는 것으로 작가인생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그런 거 쓰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은 경험이 없다 하지 않는가? 푸하하하...
아, 그리고 극 중에 산부인과 장면이 아주 대박이었는데 나도 병원에서 있었던 민망한 에피소드 하나 말하자면 여름에 남자들이라면 (여자들도 있는지 모르지만) 사타구니에 무좀이 생기는 분들 많을 것이다. 나도 몇 년 전에 그거여서 가까운 병원 피부과를 찾았다.
그런데 의사가 나보다 어릴 것 같은 여자더라. 그 의사 나를 앞에 세워놓고서 바지(빤쮸까지)를 내리라는 거다. 나는 좀 꺼려지기는 했어도 의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의사가 까라면 까야지 뭐 별 수 있나? 그 의사 더 황당한 건 덜렁거리는 게 눈에 거슬렸는지 그것들을 손으로 잡고 위로 올렸다가 왼쪽, 오른쪽으로 한 번씩...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의사를 여자가 아닌 의사로만 생각하니 별로 그리 큰 상처(?)로 남진 않더라. 병원에 갈 적에는 수치심 같은 것은 미리 가방 속에 넣어 두고 바바리맨의 마인드로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병원에서 비위생적이거나 정말 비인간적인 사항이 아니라 단지 치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