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운 영화이다. 한동안 영화를 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아이 하나에만 일과를 매달아 놓은 나로서는 영화에 대한 환기조차 제대로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체감난이도는 더 높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를 안겨 주는 영화는 먹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포만감을 안겨 주는 기분 좋은 음식 같다.
시대를 풍미하던 시인 알렉산더에게 삶은 이제 접어야 할 때...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큰 동요없이 그는 그리스 시어를 찾아 나서야 한다며 짐을 챙기다 발견한 아내의 편지는 이제 그에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알렉산더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열쇠가 된다. 병으로 삶을 마감해 가는 알렉산더의 현재를 말해주듯 어둡고 침울한 배경 화면과 그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이 있던 과거는 평화롭고 화사한 추억으로 점철되어 스크린 가득히 펼쳐진다. 그가 마지막 화면에서 내뱉는 그만의 시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코폴라(작은꽃), 세니띠스(이방인), 아르가디니(이미 늦었다)...에서 그는 결국 사랑을 찾아 떠도는 이방인이었으며 그것을 깨닫고 지켜주기에 너무 시간이 늦었음을 알리는 키워드가 아니었을까....
소년은 결국 알렉산더의 인생 그 자체의 시어를 알려준 존재였으며..그 둘이서 탔던 버스나 자동차는 떠도는 이방인, 그 이미지에 부합되는 소재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알렉산더에게 그 소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병원에서 생명을 연명할 수도 있었던 그에게 모든 것은 마감되어 가는 무감동의 존재들이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거닐던 암울한 거리의 느낌처럼. 그 거리에 알렉산더의 존재가 묻히는 것처럼, 알렉산더에게 그 회색빛 거리도 희미한 존재가 아니었을까...그런 그에게 어린 소년은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존재이며, 삶에 애착을 가지는 그의 이면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삶의 중요한 의미인 사랑을 일깨워 주던 소년을 떠나 보내야 하는 알렉산더에게, 소년을 잡고 싶었던 미련은 아내의 사랑을 잡지 못한 회한 곧 그것은 아니었는지....
더이상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알렉산더에게, 뒤늦게 인생에게 중요한 가치인 사랑을 이제 찾는 길은 내일이란 영원하지만 단 하루뿐이며 환상인 시간 뿐일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번째 방법이 소감을 적어보는 거라는 얘기에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