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사랑이니 가짜 사랑이니,
첫사랑이니 두 번째, 세 번째니 따지지마.
그 시간에 차라리
오늘 저녁에 둘이서 뭐 먹고 뭐하고 놀까,
그 생각을 해.
그게 훨씬 기분도 좋고
사랑이 오래 가는 비결이니까.
양순자 / 인생 9단중에서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 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에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
강윤후 / 다시 쓸쓸한 날에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