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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이영주 |2006.09.29 12:08
조회 22 |추천 1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인!

 


  도그빌 (Dogville, 2003)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0. 요즘 연달아 컴퓨터로 영화를 보다 보니, 게다가 그 영화들이 다 마음에 들다 보니 컴퓨터로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처럼 일하다가 잠시 짬이 날 때, 놓쳐서 아쉬웠던 영화도 볼 수 있으니.     1. 176분. 엄청난 러닝타임. 그러나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신선한 형식과 이야기 전개. 입이 떡떡 벌어진다. 에서는 뮤지컬이더니 이번엔 연극이다. 분필로 찍찍 그어놓은 구획, 철저히 절제된 소품, 뻥뻥 뚫린 공간과 공간. 이 비현실적인 무대는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일례로 그레이스가 척에게 강간당하는 씬에서, 이쪽에서는 한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있는데 바로 옆, 가상의 벽(그러나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너머에서는 아주 평화로운 일상이 전개된다. 열린 공간이 그려내는 닫힌 관계는 어떤 장치보다 효과적이다. 반면, 실제 존재하지 않는 벽(그러나 설정은 벽으로 가로막힌)은 도그빌 사람들이 서로의 악惡을 눈감아주고 지지해주는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다. 이토록 상반된, 그러나 극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 실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라스 폰 트리에는 천재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2. 보는 내내 섬뜩하다. 그들의 악행 자체가 섬뜩한 것이 아니다. 도그빌 주민이 점점 더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그들 개개인이 악한 심성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악행은 다른 이의 악행을 부추기고, 서로의 악행은 더없는 결속감으로 평화로운 집단을 유지한다. 마을의 평화, 공동의 선은 악의 연대가 지킨다.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3부작 첫번째라고 하지만, 이게 어디 한 나라 한 지역만의 이야기인가. 섬뜩하다.       3. 정말 기막히게 잘 만들었다고 그 긴 러닝타임 내내 혀를 내둘렀으면서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한없이 까라지는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아, 이젠 통증까지 느껴진다.     4. 소름끼치는 악의 향연을 더욱 더 소름끼치게 전달하는 니콜 키드먼의 눈부신 아름다움. 초반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눈이 멀어, 섬뜩함마저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을 철저히 짓밟는, 그래서 결국은 그녀의 아름다움마저도 악의 순환으로 뛰어드는 엔딩을 보면서 더욱 더 참담해진다.     5. 오늘 내내 기분이 그랬던 게, 과연 이 영화 때문일까 생각 중이다.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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