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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임열 |2006.10.02 10:16
조회 26 |추천 0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웬디 베케트/ 김현우 옮김/ 이주헌 감수/ 예담



프라 필리포 리피 (Fra Filippo Lippi)

황금문에서의 요아킴과 안나의 만남 (The Meeting of Joachim and Anna at the Golden Gate)

이 작품은 마치 보는 이의 가슴을 찌르는 듯하다. 거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데, 이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 때문이 아니라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프라 필리포 리피인데, '프라'라는 말은 요즘으로 치면 '존경하는 형제' 정도의 뜻이었다. 이 화가는 수사였다. 피렌체 거리에 버려진 그를 수사들이 구제해주었는데, 수사에 대한 생각이 요즘과는 달랐던 그 당시에 그런 행위는 그 역시 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필리포는 수사가 될 생각이 없었다. 수사의 삶은 그 삶에 열정적으로 헌신할 때만 가능하다. 필리포가 원했던 것은 사랑하는 동반자의 도움이었다. 자신을 아껴주고 또한 자신이 아껴줄 수 있는 그런 동반자,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아내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그는 결국 자신의 삶은 외롭고 황폐한 것이라 체념했었다. 그때 마침 한 수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그가 수사가 된 과정과 비슷하게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해 수녀가 되었던 여자였다. 둘은 함께 수도원을 나와 아이까지 낳았다. 그 아들이 바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가 된 필리피노 리피이다.
외경(外經)에서 비롯된 전승에 따르면 요아킴과 안나는 동정녀 마리아의 부모님의 이름이다. 그들은 늙어서까지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 아이가 없다는 것은 신의 분노를 산 결과로 여겨졌기 대문에, 신실한 사제였던 요아킴과 그의 아내는 그러한 자신들의 결함에 항상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사막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요아킴의 머리에 떠올랐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는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아이가 생길 것이란 계시를 받게 된다. 이후 예루살렘에 있는 황금문에서 그 부부가 만나는데 바로 그 포옹에서 기적처럼 동정녀 마리아가 잉태되었다.
그림 속의 나이든 두 인물은 아주 깊은 신뢰와 존경, 그리고 사랑이 담긴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다. 그들 주변에는 쌍을 이룬 동물들 뿐이다. 자연의 풍요로움을 그렇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아킴은 사막의 황무지를 벗어나 사랑으로 가득 찬 결실의 땅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그와 그의 아내를 축복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손자가 될 예수의 손길일까 아니면 곧 태어날 그들의 딸 마리아의 손길일까? 그들 뒤에 서 있는 여자는 마리아일까 아니면 천사일까? 이 장면에서 밀려오는 감동은 가히 압권이다. 그 순가의 감정을 기쁨이자 떨림이다. 뭔가 자꾸 어긋나기만 하던 힘든 삶을 살다가 마침내 인간적인 행복과 성취의 비전을 보게 된 사람들의 깊은 감사의 마음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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