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언니나 잘하세요"

김효선 |2006.10.02 13:46
조회 278 |추천 0


[여자들의 전쟁] "언니나 잘하세요" [조선일보 김윤덕, 김미리, 류정 기자] 일하는 여성 1000만명 시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직장 안팎으로 ‘여자 대(對) 여자’ 갈등 구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여성 갈등은 물론 자녀 교육을 둘러싼 취업주부와 전업주부의 신경전, 육아를 사이에 둔 친정 엄마와 일하는 딸의 갈등도 뜨겁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여여(女女)갈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이승은(가명·24)씨는 올 초 다니던 로펌(비서직)을 그만두고 투신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자 과장이 아침마다 이씨의 의상을 품평하고, 남자 친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던 것. 이씨는 “업무가 아닌 일로 ‘태클’ 걸어오는 여자 상사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종합상사 과장인 김미진(가명·34)씨는 일을 재촉하는 자신에게 “지금 하고 있는 것 안보이냐”고 대드는 여자 후배를 보고 기가 막혔다. “남자 상사였어도 여자 후배가 그랬을까?”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여여(女女)갈등’이 ‘남녀 차별’과 함께 사내 갈등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조선일보가 효성·현대종합상사·태평양·로레알코리아 등 국내 10개 기업 여직원 3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자 동료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5.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겉으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내재된 갈등이 있다’가 67.2%, ‘대놓고 싸우거나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는 18%였다. ◆남자보다 더 마초적인 상사? “남자와의 ‘투쟁’에서 살아남은 걸 훈장으로 삼고 있는 여자상사들은 대체로 거친 것 같아요. ‘너희는 왜 이렇게 유약하냐’는 식이죠.”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정은(가명·28)씨는 “때로는 여성 상사가 더 권위적이고, 남성적이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황유진(가명·37)씨는 “상사가 같은 주부여서 집안 일이나 육아에 있어 편의를 좀 봐줄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냉정하다”고 섭섭한 마음을 털어놨다. 여성 상사와 일하는 여직원 중 상당수가 상사의 ‘마초(남성우월)화’로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강혜련 교수는 “지금 시니어급인 30~40대 여성들은 대부분 평사원 때부터 ‘홍일점’으로 남자와 싸워 현 위치에 올라간 사람들”이라며 “자연히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를 경멸하고, 이런 심리가 표출돼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 교수는 “남녀 모두 ‘여성 리더’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 여성의 ‘방어기제’로 강압적인 방식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여성 상사의 가장 큰 문제는 ‘심한 감정 기복’(42.5%)으로 지적됐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여자는 인간 중심, 남자는 과제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므로 여자가 더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터까지 연장되는 ‘언니 문화’ 인사컨설팅회사 한국왓슨와이어트 강호정 상무는 “여상사가 조정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여직원들의 ‘언니 문화’”라고 지적했다. ‘언니 문화’란 친한 여자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기들만의 그룹을 형성하고, 여기에 동화되지 못하면 따돌림을 시키는 문화. 주류회사에서 여초(女超)업계인 화장품 회사로 옮긴 정은하(가명·30)씨는 “업무 중에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을 과시하는 걸 보고 문화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여학생들의 ‘단짝 친구’ 문화가 연장된 것”이라고 풀이한다. ◆남성적 잣대도 문제 여여 갈등은 남성 일변도의 직장 문화가 흔들리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여성의 숫자는 늘었지만, 의사소통의 기준이 여전히 ‘남성적’이어서 그 갈등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다. 김현미 교수는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남성’이기 때문에 ‘우리 여자 상사는 너무 꽁하다’ ‘여자 후배는 이기적이다’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자의 갈등을 조장하는 남성적 시각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보대행사 임원으로 근무했던 김현정(가명·40)씨는 “노련한 남자 상사가 젊은 여사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교묘히 이용해 충성 경쟁을 시킬 때가 많다”며 “남성의 그릇된 인식이 여여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여 갈등, 어떻게 풀까 강혜련 교수는 “잘난 여자를 못 참는 여자의 심리가 화를 부른다”며 “동료의 능력을 귀감 삼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등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감정이 앞서는 말보다는 글(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라고 충고한다. 단,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한 뒤 타인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김현미 교수는 ‘세대차 인정’을 권한다. “집단주의에 익숙한 386세대의 경우 여직원을 ‘내 밑에 있는 사람’이라고 뭉뚱그려 보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여자’이기 이전에 ‘다른 세대’라는 점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