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의 UN 사무총장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차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국제적으로 우리의 높아진 국위를 선양하고 또 인정받는 일이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마땅한 존경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 200여개 국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평화와 공존을 위해 지속가능한 지구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UN의 실질적 대표자는 사무총장으로서 매우 높은 도덕성과 외교력을 필요로 한다. 전쟁과 기아, 분쟁과 억압이 있는 곳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한 역할자로서의 UN 사무총장은 거대한 글로벌거버넌스의 핵심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반증하는 것이며 반 장관 개인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의 영광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UN사무총장이 단순히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다는 영광만이 아니라 고통받고 신음하는 지구촌의 아픔과 국제협력을 위해 성직자와도 같은 사명으로 이 업무를 수행할 반기문 장관과 아울러 우리나라도 그에 걸맞는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이제는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안전보장이사회는 물론 ILO, IMF, IBRD, IFAD등 수많은 산하 기구를 관장하며 엄청난 예산과 권한을 가지는 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는 사실 우리 덩치에 걸맞는 ODA (공적개발 원조)면에서 부끄러운 인색함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평균인 0.25%에 비해 우리는 국민총소득(GNI)의 0.06%에 미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인색한 한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자 2009년까지 GNI를 0.1%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선진국의 1/4수준에 그치는 양이다. 또한 우리가 어려울때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양의 무상 원조를 받은 우리는 그나마의 원조도 모두 유상 원조가 대부분이라 진정한 원조의 의미마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주는 것에 인색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기여하고 봉사하는 나라로 대접받는 것은 요원할뿐 아니라 우리를 대표하는 UN사무총장의 입지도 시작부터 어려울지 모른다. 정부도 물론 수고한 바 많으나 이 기쁜 소식 앞에 우리의 이미지와 외교 역량 자랑만 하지 말고 진정 반기문 장관이 세계평화와 약소국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에 걸맞는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2006. 10. 3
Columnist. Young il,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