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그녀는 또 다른 동화를 들려주었다.
짝사랑하는 청년의 이야기였다.
이 청년은 완전히 자기 영혼 속에 들어앉아 사랑으로 몸부림치는 뼈저린 느낌을 맛보고 있었다. 그에게는 세계도 사라지고 없었다.
푸른 하늘이며 초록의 숲도 이젠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며 하프의 선율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그는 가엾고 참담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랑의 그리움은 더해가기만 했다.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여자를 단념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사랑이 자기 내부의 다른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음을 느꼈다.
그래서 사랑은 더욱 강력해졌으며 끌어당기고 또 끌어당겼다.
아름다운 그 여자도 따라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찾아왔다.
청년은 그녀를 품에 안으려고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청년은 잃어버린 세계 전체를 다시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음을 보고 느끼며 전율했다.
그의 앞에 서있는 것은 세계였으며 그에게 몸을 맡긴 것도 세계였다.
하늘이며 숲이며 개울이며 모든 것이 새로운 색채를 띠고 신선하고 장려하게 그를 맞으러 왔다.
모든 것은 그의 것이 되었으며 그의 언어로 그에게 말을 했다.
단순히 한 여자를 획득하는 대신 그는 전 세계를 가슴에 끌어안았던 것이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그의 내부에 불타고 그의 영혼을 꿰뚫고 희열의 불꽃을 튀겼다.
그 청년은 사랑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사랑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것이다.
헤세의 ‘데미안’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