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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이영주 |2006.10.07 23:39
조회 59 |추천 0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1997) 감독  :  마를린 호리스     원작을 보고 보았더라면!     이 영화를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서 본 것은, '안토니아스 라인'의 마를린 호리스 감독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였다. 인터넷 예매를 하면서도, 전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가면서도, 댈러웨이 부인에 대해서도,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도 아는 게 하나 없는데 이 상태로 영화를 봐도 될까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버지니아 울프의 을 읽다가 지루해서 집어던진 것이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_-;) 영화를 보고 나니,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첫인상이 아무리 좋지 않았어도 원작 은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든다. 물론, 영화 자체가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10년 전 나를 괴롭게 했던 과 비교한다면,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에 견줄 만하다. -_-;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아마도, 10년 전 20대 독자에서 30대 관객으로 훌쩍 커버린(? 늙어버린!) 내 취향의 변화가 받아들이는 자세를 다르게 만들었겠지. 소설을 읽지 않은 채 영화를 본 느낌은 그냥 '평이하다' 정도. 햇살처럼 눈부시던 젊은 날을 끊임 없이 플래시백 해내며 클라리사가 아닌 댈러웨이 부인으로 남아 있는 현재를 두고 갈등은 하지만, 댈러웨이 부인은 하는 일 없이(?) 파티나 준비하는 현재 또한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전쟁으로 친구를 잃은 과거에 붙잡혀 끝내 자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쇠창살을 뾰족이 드러낸 울타리로 뛰어내린 셉티머스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들 둘은 동전의 양면. 다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이든 클라리사, 즉 댈러웨이 부인을 연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다. 글쎄...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에 비쩍 마른 몸이 나이듦을 숨길 수는 없지만, 그런 얼굴에도 소녀같은 설레임과 아이의 투정, 이런 생생한 감정들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어디 또 있을까? 그녀를 보며, 참 매력적이다,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피터와 댈러웨이의 구애를 받으며 사랑과 현실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젊은 날의 클라리사보다, 파티를 꾸밀 꽃을 손수 사러 나가는 나이 든 댈러웨이 부인의 치맛자락이 훨씬 더 나를 설레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찾아본 관련 기사를 보니, 이 영화는 마를린 호리스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바치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였나 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원작 그대로의 맛을 살리며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감독의 재능과 그 마음에 대한 찬사들을 읽으니, 에이... 혹여 지루하더라도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읽어볼 걸, 하는 때늦은 후회가 밀려든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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