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길을 얻다
김형석/거제시문화예술재단 예술기획부장
르네상스의 발상지 이탈리아를 돌며 동방의 귀퉁이 한 점 섬을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브리겐즈페스티발과 크리스탈월드 박물관 견학 가는 길에 들린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뜻밖의 선물은 환상 그 자체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과거 로마제국의 영광과 오욕을 상징하는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앞에서 이 예상치 못한 기쁨이 우연인가? 필연인가? 자문하며 빌리 조엘과 브라이언 아담스의 공연을 보았다.
살육, 광기, 야만의 역사 현장인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화려한 조명과 최첨단 음향의 무대는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환희와 감동의 용광로였다. 7,80년대 인기스타 빌리 조엘의 추억과 낭만의 희트곡 피아노맨(Piano Man), 어니스티(honesty), 마이 라이프(My Life), 업타운 걸(Uptown Girl) 등을 들으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열광했었다.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본 검투사들의 혈투에 광분하던 로마제국의 군중들처럼...
그러나 그때에는 노예들과 맹수들의 주검과 공포를 통해 전율하던 피와 겜블에 굶주린 야만의 물결이었다면 21세기 콜롯세움에서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희망을 희구하는 대중들의 문화적 열정들이 함께 했었다. 이탈리아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며 고대, 르네상스 시대의 세계적인 문화유산들로 넘치고 카톨릭의 성지인 바티칸시국 등 오지말라고 막아도 관광객들과 순례자들로 넘치는 로마... '가난뱅이 굶어 죽고 부자 배 터져 죽는다'는데 조상 잘 만난 로마인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논리적으로 인식하고, 잘나갈 때 준비하자!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로마도 '과거'만을 상품화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마케팅으로 세계인들을 향해 끊임없는 구애를 하고 있었는데 국제경쟁력 있는 해양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거제시의 미래를 위해 배울 점이 많았다. 고대의 그리스, 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하여 사상, 문화, 미술, 건축 등의 재생과 부활로 새 문화를 창출하려던 르네상스 운동이 거제시에도 필요하다.
중세를 인간의 창조성이 무시된 '야만의 암흑기'로 보고 문명의 재흥(再興)과 사회 개선은 고전학문과 예술의 부흥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당시 인문학자들의 주장처럼 우리도 '신(新) 거제 르네상스 운동'을 펼치자.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연과 역사에서 영혼의 휴식과 미래의 이정표를 찾는다. '환경, 문화, 해양'을 3대 핵심 키워드로 하여 거제시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바꾸자. 기초예술과 인문학의 위기라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시대상황도 선용하자.
르네상스 시대처럼 문화예술의 꽃은 경제적 활황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선도하는 조선업의 호황으로 인한 지역의 경제적 위상에 버금가는 문화적 토대를 갖추어 2,30년 뒤 조선산업 쇠퇴 이후를 대비하자. 산업혁명 이후 해상제국 시대에 잘나가던 영국과 스페인 등의 조선, 중공업 도시들이 퇴락의 길을 걷자 문화를 통한 지역 마케팅과 도시경관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쾌적한 문화환경을 만들기 위해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을 보면 정답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지금이 최적기이다. 천년의 역사,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천년을 내다보는 거시적인 문화마인드를 가진 리더들과 거제시민들의 애향심을 조합하여 거제도의 정체성을 살린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복원, 조성하자. 폐쇄적 타성을 버리고, 창조적 발상과 비판적 사고로 새로운 비젼 수립과 혁신으로 문화적 명품도시를 만들어 보자.
*1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거제시민들은 연간소득 1인당 3만 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자랑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에 산다면 삶의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100평 대형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데 문화 향유 수준은 판자촌에 거주할 때의 사고를 하고 있지 않은지? 판잣집에 살 때 사용하던 구질구질한 가구와 식기, 소품은 던져버리자. 글로벌화 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와 푸른 창공을 날기 위해서는 안에서 쪼는 것과 어미새가 밖에서 쪼는 것을 동시에 해야 효과적이다. '거제도에 산다'는 자부심을 후손들에게 물러주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고와 역발상이 필요하다. *2 사다리 걷어차기 전에 '선택과 집중'의 문화정책으로 배타적 문화수역(文化水域)을 피해 블루오션을 항해하는 21세기형 해양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자. ![]()
*1. 앙드레 말로: 프랑스의 소설가, 정치가로 드골 정권하에서 문화부장관을 역임하며 문화, 교육 분야를 담당했다. 소설로는 '인간의 조건', '왕도', '모멸의 시대', '희망' 등이 있고 예술서적으로 '예술의 심리', '신들의 변모' 등이 있다.
*2.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보호무역주의자인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후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선진국들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 차 버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는 매우 교활한 방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된 현재의 선진국들이 이제 와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후진국들에게 ‘사다리 걷어차기’로 부의 분배를 방해한다는 의미이다. 시장 개방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명쾌하게 비판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선진국들이 자유무역 또는 지적 재산권 보호처럼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면서 자국의 이익보호에 혈안이 됨을 지적할 때 인용했다.
-거제시문화예술재단에서 발행하는 '예술을 사랑하는 거제사람들' 전재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