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오면 모두들 애국자가 된다고 합니다. 4년전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에 건너와 공부하고 있는 정치학도인 저 역시 그렇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석에 자리잡은 초라한 한국관의 모습이 늘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자리잡은 제가 얼마 전 보스턴에서 석사를 마치고 뉴욕으로 건너온 후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 뉴욕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우리가 꼭 지켜냈으면 하는 것을 만나 여러분께 글을 드립니다.
“불굴의 한국인”은 TV에서만 보여지는 상투적인 이미지가 아닙니다.
뉴욕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에 해외 최초로 국악 전용 극장을 마련하여 세계인들에게 한국 공연 예술의 탁월함을 선보이는 데에 전 재산을 털어가며 인생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전통문화교육센터 대표 권칠성씨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에 달려가본 그곳에는 자신의 모든 재산과 꿈을 건 권대표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이를 세계에 소개하려는 굳은 의지로 모인 뜨거운 젊은 가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어깨를 들썩이며 꽹과리, 장구를 연습하는 어린 2세, 3세들이 있었고, 가슴을 울리는 아리랑에 고국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시는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무대에만 서면 눈이 빛나는 예술단원들이 있었고, 사물놀이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외국인들이 있었습니다

<비나리 공연 중 아기의 건강을 위해 기원하러 나온 만삭의 외국부인>
뉴욕의 타임스퀘어 거리에 길놀이를 나서면 청록 저고리 분홍치마의 한복을 입은 봉사자들과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사물놀이의 가락에 흥을 참지 못하고 뛰어들어 춤을 추는 파란 눈의 젊은이들, 뉴욕의 추억의 일부로 담아가려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이 있었습니다.

<뉴요커와 함께하는 타임스퀘어 길놀이>
개관하기까지 어려운 고비들을 여러 번 넘기면서 가까스로 3주전에 개관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주에 8회 정기공연을 마치며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그들, 벌써 3주째 매주 토요일마다 타임스퀘어에서 길놀이를 하며 사물놀이 가락을 울려서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의 사진 세례를 받고 있는 그들이 지금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우리의 무관심 속에 브로드웨이의 거대 자본이라는 큰 벽 앞에서 떨어지려 합니다.
곧 이번 달 월세의 독촉에 극장이 곧 미국법정으로 넘어가려 한다고 합니다. 한달에 몇 억씩 하는 옥외 광고 자릿세만으로도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브로드웨이의 건물주에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조그만 문화단체 하나는 사실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세입자일 뿐입니다. 사실 건물주의 과실로 인해 내부공사가 지연되어 몇 개월씩 개관을 미루며 하릴없이 천여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감당하면서도 힘이 없어 항의도 제대로 못해왔다고 합니다. 그런 속에서도 지금까지 의지로 버텨오면서 무료공연을 통한 한국 알리기를 시작한 권칠성 대표를 비롯한 예술단원들과 자원봉사자 들인데 이제 조금씩 호응을 받으려고 하는 와중에 마땅한 관심과 후원의 부재로 ‘돈이 없으면 이번 주 내로 나가라’는 허무한 통지를 받으니 그 갑갑한 마음과 한숨에 그저 며칠을 함께했을 뿐인 제 마음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뜻있는 후원자 없이 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 그리고 문화부 장관님께 편지까지 보냈다고 들었습니다만 나랏님들의 바쁜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기업과 정부기관에도 후원의 손길을 애타게 구해봤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이 공연장 맞은 편에 몇십억씩하는 화려한 전광판을 걸고 있는 삼성도 후원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고 정부 기관인 한국문화원 조차도 예산이 없다 하여 고개를 돌렸다 들었습니다. 너무 무모한 시도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관심이 없는 건지 제가 알 순 없지만 소위 한국을 대표한다는 그들에게 우리 문화의 미래를 기댈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민초의 힘만이 한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뿌리입니다.
<공연준비에 열심인 자원봉사자>
전 세계 극장 문화의 중심인 브로드웨이도 100% 티켓 판매만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한 작품의 기획부터, 리허설, 그리고 처녀공연까지 단 1불 수입도 없는 3-4년동안 100만원 후원자들이 여럿 모여 그 작품을 밀어줍니다. 지금 이 국악 공연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이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몇백억짜리 프로덕션이 아닙니다. 만원 , 10만원 후원자들이 모여도 충분히 매주 쉼없이 우리의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우리 것을 찾으려는 교포 자녀들에게 언제든지 열려있는 ‘문화 마당’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무모하리만치 어려운 걸음임을 알면서도 인생을 걸어 시작 일임을 알기에 우리의 무관심 속에 그렇게 쉽게 꺾이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개관 공연을 함께 한 공연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이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 음악을, 우리의 전통을, 우리의 정신을 세계에 자랑해 보인다 생각하고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본도, 중국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을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뉴욕으로 모여드는 세계 관광객이 습관처럼 국악전용극장에 들리게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첫걸음을 우리가 함께 내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월드컵 때의 그 붉은 물결과 함성과 눈물, 다 함께 세계에 펼쳐 보였던 빛나는 태극기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우리는 다 함께 모여 “꿈은 이루어 진다” 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살아 남아 우리의 소리를 퍼트릴 국악 전용 공연장의 꿈 또한 월드컵의 꿈보다 작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그 때의 그 한마음 한 뜻이 모아진다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오늘. 바로 우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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