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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 목욕탕 장면

윤철수 |2006.10.11 06:13
조회 175 |추천 0

몇 일 전에 지역 기독교 연합회에서 목회자 친목회를 가졌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목욕탕에 들어가는 스케쥴이었죠.평범한 일정이었지만, 문제는 젊은 목사님 한

분이 딸을 데리고 왔다는 것입니다.

사모님은 가정 형편상 직장에 다니시기 때문에, 목사님이 다섯 살 난 딸을 데리고 왔는데, 얘가

다른 사모님들을 따라서 여탕에 들어가려 하지 않은 것입니다.

남탕에 들어오는 여자 애.

흔하지 않은 장면이기에 목사님들은 좀 어색했던 모양입니다.

그 목사님은 한사코 자기 애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상관 없다. 자기는 늘 그렇게 해 왔

다’고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목사님은 딸을 데리고 남탕에 들어왔죠.

그런데 목사님들 중의 일부는, ‘다섯 살이면 알거 다 안다고’ 하면서 수군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과 친했던 저는 근처에 자주 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애의 눈초리가 날카

롭게 여겨져서 속으로는 움찔했답니다.

겉으로는 태연하게 그 애의 볼도 비벼주었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생각이 계속되었죠.

 

저는 여탕에는 한 번도 못 들어 가봤죠.

늘 아버지를 따라서 남탕에만 들어갔으니까요.

그러나 학교 다닐 때 동무들이 여탕에 들어갔었던 무용담을 말하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는 저 자

신을 보면, 남자 애들도 여탕에는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군요.

 

요즘은 시골에도 찜질방이 많이 만들어졌죠.

그 찜질방이 서민들이 하루 밤을 자기에는 실용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찜질방 때문에 주일날 교회에 결석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안 믿는 부모들이 아이들하고 찜질방에 가서 주일날도 안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인들의 교제에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저희 교회도 웰빙 바람이 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등산이나 찜질방에 가는데, 탕에서는 못 만나

도 찜질방에서는 전 교인을 다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찜질방을 좋아합니다.

제 아들놈들은 시험이 끝나거나 또는 오랜만에 휴일이 주어지면 친구들하고 찜질방에 가려고

합니다.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언젠가는 아들놈 둘이 각각 따로 친구들하고 찜질방에 갔는데 같은 곳에서 만난 적도 있습니다.

 

탕 안에 안경 쓰고 들어오는 분들, 재미있습니다.

왜 안경을 끼느냐고 물었더니, 남들은 자기를 다 보는데 자기는 남들이 잘 안보이니까 안경을

낀다는 것이죠.

예의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위해서’

사실 시골에는 목욕탕 안에서 아는 사람 한 두명 이상은 반드시 만나거든요.

 

참 곤란하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다른 교회에 부목사로 있을 때, 별종 여집사가 하나 있었죠.

이 양반은 목욕탕 장면을 나와서 중개 방송하는 것이죠.

해설까지 덧붙여서.‘누구는 이렇고, 아무개는 저렇고...’

사람들이 눈치를 주며 소리를 지르면, 도망다니면서 더 떠들어댔죠.

욕구 불만을 입으로 해소하는 사람이죠.

다른 사람들이 곤란해 하는 표정을 즐기면서...

그 모든 것을 다 즐기는 저 자신을 보면서.

 

 

시골에도 목욕탕 장면은 이제 흔한 것이죠.

목욕탕 장면을 글에 올리는 것은 금기사항이죠?

목사가 되가지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을 보니 저도 어지간히 반골 기질이 많은 것 같네요.

반골 기질이라.... 음. 오늘 도 한 건 터뜨릴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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