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 속에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선로의 모습은 없다
에노덴 전차가 날 끌어 당겨
가까이 와서 한번 만져 봐도 된다고 말했을 때
선뜻 다가서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일까?
장삿속과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들의 되새김질에는 충분한 정성이 담긴 듯 했다
그게 오버할 정도가 돼서
서글픈 현실이지만
팔리면 뭐든 다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이전에
한번은 자신의 뒤통수에 사뭇 어려오는 그 시절 추억이
그와 그녀에게도
내용물은 둘째다
아무에게도 의미부여가 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그 이름 한 글자에서 묘한 맛
돈 내고 사서 한 입 베어물면
사그러져 버릴 것만 같아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에노덴 전차에서 내다보인 에노시마 해변과
다닥다닥 붙은 선로 주변의 낡은 집들 냄새가 풍기는 것
그냥 거기엔
옛날 냄새랑
바다 냄새랑
내가 걷던 냄새가 있었다
날 아껴 주었던 친구의 발자국 냄새도 있었고
뒤꽁무니를 쫓다 보면
추운 겨울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종착역도 없고
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는
그냥 그림책 속의 아저씨와 나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