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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평범하게 잘입기, 그게 더 어렵다구!

김동진 |2006.10.12 17:04
조회 53 |추천 1
의 고현정 VS 의 송윤아

첫 회가 방영된 다음 날, 우리 사무실의 화제는 단연 였다.

"고현정 너무 뚱뚱하지 않아? 거울 앞에 서서 "강한 거로 넣어주세요" 할 때는 좀 민망하기 까지 하더라. 거구를 흔들어 대는데 부담스러웠어. 턱살도 좀 처진 것 같고…."

“뭐, 고현정은 잘 모르겠고…, ‘삼순이’ 작가의 후속작 치고는 좀 실망스럽더라. 아직 더 봐야 알겠지만 '삼순이' 때의 묘한 호흡을 이 드라마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좀 의문이야.”

전날 밤, 턱을 쳐들고 TV 앞에 앉아 “너무 예쁘다”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 해?" "어머, 이 드라마 너무 신선하다" 같은 말들을 연발하며 50분여를 보냈던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조목조목 근거까지 대가며 드라마와 고현정을 비평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목조목 근거까지 대가며 반박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도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전문적인 대화에 '동참해 볼까?’ 잠시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나 그것 역시 녹록치 않았다. 그 전날 밤 그토록 집중해 보았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것. 누군가 "패션 기자가 그렇게 눈썰미가 없어서야!" 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찬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이 그랬다. 아른아른, 의 수준도 아니고, 심지어 ‘까맣게’에 가까웠다.

영희도 입고, 순희도 입고 병희도 입는 레이어드 룩 의 고병희(고현정)

드라마가 초반을 넘어 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그녀의 옷차림에서 아무런 인상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 ‘전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서 고현정은 ‘어떻고 저렇다’는 토를 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로 여겨질 만큼 지극히 전형적인 룩을 고수한다. 그건 ‘성실한 대학생 과 옥스퍼드 셔츠’, ‘억척스러운 아줌마와 몸빼 바지’ 의 전형성과는 또 다른 성질의 것으로, 캐릭터보다는 트렌드에 초점이 맞춰진 전형성이다. 그것도 ‘파리나 밀라노, 뉴욕 혹은 런던’의 트렌드가 아닌, 아주 가까운 곳(이대, 동대문, 혹은 압구정)의 트렌드. 다시 말해 그녀가 길거리에서 어제도 오늘도 수없이 마주쳤던 여자들과 똑같은 룩을 하고 있었던 탓에 나는 그녀의 옷차림에서 주의를 빼앗기는 일 없이 50분을 흘려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스키니 진에 스니커(가끔은 플랫 슈즈)를 신고, 심플한 디자인의 상의를 여러 벌 레이어드 하고, 그 위에 롱 니트 베스트를 덧입는 룩은 2006년 가을의 ‘장삼이사’ 룩이 아니던가. 길이가 길고 실루엣이 헐렁한 화이트 셔츠에 베스트를 매치하는 룩 역시 마찬가지.

 


 

세상만사, 평범하기가 가장 힘든 법 의 승주(송윤아)

간만에 TV에 복귀한 고현정에게 '뭔가 특별한 룩'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고현정의 장삼이사 룩은 실망감을 안겨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고현정은 그런 옷차림을 통해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는 않은’ 고병희 속으로 고현정이라는 탤런트가 갖고 있는 ‘파란만장한 삶의 이력’을 성공적으로 숨긴다.

고병희는 ‘딱 고병희’스럽게 옷을 입는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어느 한구석 흠 잡을 데가 없다. 그건 사실 ‘화려하게 잘 차려입기’보다 이만배쯤 어려운 일이다. 의 송윤아는 그 반대 케이스. 고현정이 ‘평범하되 잘 입은 옷차림’의 모델이라면 의 송윤아는 ‘평범한데 촌스러운 옷차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갑자기 몰락한 부잣집 딸’을 연기하기 위해서라고? 노노! 그건 룩을 구성하는 아이템의 가격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 어떻게 매치하느냐’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드라마 시작 초반, 부잣집 철부지였을 때도 그녀는 결코 스타일리쉬하지 않았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그녀가 입는 옷들은 예뻤으나 그건 그 옷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었지 ‘입는 방법’이나 ‘선택하는 눈’의 공로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체 룩을 구성하는 아이템 하나하나(가령 화이트 셔츠와 베스트, 데님 팬츠)는 고현정과 그다지 다를 게 없다는 점이 두 번째 근거. 뭐, 싸우자는 건 아니다. ‘평범하되 잘 입기’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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