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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드지의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관련 기사를 보면서...

최용일 |2006.10.17 11:12
조회 842 |추천 6
"영아살해, 수사 한국 깔봤다"고 르몽드가 보도한 자성의 목소리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합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는 17일자 분석기사에서 서울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한국을 깔보며 거만하게 대했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르 몽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수수께끼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점은 범인인 베로니크 쿠르조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본 사람들의 시선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고 하네요.
르 몽드는 기자 중에서 “최근 몇 달 간 우리가 한국을 깔보는 시선을 가졌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설명하고 입증한 사실들을 이해하지 않았었다. 여기서 ‘우리’에는 경찰, 사법부, 변호사, 언론, 여론이 다 포함된다. 영아 유기 사건이 터지자 프랑스에서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세계 12번째 강국인 한국이 마치 외국인을 인질로 잡으려고 일을 꾸미는 독재 권력에 비견되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덧붙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한 르 몽드는 또 베로니크가 출산과 살해를 반복하는 동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로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었었다”고 비판했는데요.
우린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우리의 과학 수사기법이 적어도 프랑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그러나 프랑스는 그것을 알지 못했거니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데서 프랑스의 패착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프랑스인 범죄자 몫이 되어 버린 거죠. 르몽드지가 빠트린 또 하나의 [우리]인 그 범죄자 부부 말입니다. 결국은 프랑스 사회 전체가 한국의 과학 수사 수준을 무시하는데 고무돼서 “설마 니들 그 낡은 기법으로 뭘 찾아냈다고 그러느냐”면서 자신있게 신고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자국내 여론에 묻어 숨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착각했겠지요. 그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한국형량보다 훨씬 뜨거운 맛을 보게 된 거고 프랑스 사회는 국제적으로 얼굴도 못 들게 된 거니 다 자기할 나름인 듯 하네요. 그런 면에서 프랑스 스스로 판 무덤을 즐기며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네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아무리 세계 12위 대국이 되었고 유엔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지만 유럽이나 미국이 우리를 보는 눈은 아직도 아시아 변방의 미개국가였다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입니다. DNA검사나 제대로 할 줄 알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에 범죄자도 조작해서 인질로 삼으려 하는 인권 후진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북핵 문제를 놓고 그런 보도들이 있는 것을 아실 겁니다. 핵무기 수준이래 봤자 히로시마에 떨어진, 비행기로나 실고 갈 수 밖에 없는 원시적인 무기일 것이고 그것도 실패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제재에 나선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우리조차 하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이번 서래마을의 프랑스인 영아유괴 사건의 수사과정과 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든 국가로서든 늘 나보다 못했던 사람, 한때 후진국이었던 나라에 대해 마치 프랑스가 한국 보듯 하지 않았나요? 자기들도 별로 나을 게 없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주제에도 그렇게 멸시내지는 무시할 수 있었던 자부심과 긍지가 우선은 우리에게 필요할거고(우리가 프랑스보다 역사가 빠집니까 국력이 약합니까?),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쓸데없는 우월주의가 사람을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빠지게 할 수 있는지 자각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세를 역시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프랑스의 르 몽드지 같은 반성을 우리 신문이나 방송들이 할 수 있을까?)로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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