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메모들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꽂혔다.
그 메모는 영미가 좋아하는 음식들과 습관, 좋아하는 꽃, 버릇 같은 것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노란 장미와 아이스키만투스를 좋아한다.
무안할 때 그녀는 한 쪽 눈을 찡긋하는 버릇이 있다.
그녀는 가끔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한다.
그녀는 우산 없이 빗길 걷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하는 것: 콜라 나 나눠 마시기, 손잡고 가로수 길 걷기, 오락실에 나란히 앉아 오락하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녀’는 영미를 하염없이 눈물짓게 만들었다.
영미는 수많은 쪽지를 부여잡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선미, 김형준의 중에서
그 쉬운 생일과 결혼기념일도 달력과 다이어리에 가장 먼저 표시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고 가족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부모님과 남편과 아내와 아이와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해서 한 번 적어보자. 몇 개나 적을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내게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지만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또 어떤 것일까?
내가 그 사소함을 아무 생각 없이 기록하고 모아놓더라도 나중에 그것으로 인해 눈시울이 적셔온다.
그 옛날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하나씩 볼 때마다 가슴이 시리지만 지금 내게 느껴져 오는 따뜻함은 누구로부터 오는 것일까?
내가 기억하지 못할 때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이 내게 있듯이 사랑하는 일은 기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