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9시 30분까지 모여 인원 점검 후, 전세버스로 서울을 떠나며 제2회 노동문학기행이 시작되었다.
전태일기념사업회의 민종덕 상임이사, 황만호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으며, 노동문학기행을 전체적으로 진행해 줄 초청작가 박영희 시인이 조금은 낯선 사북이지만, 80년 4월 잇었던 사북항쟁과 함께했던 광부들의 삶을 자세히 알려줄테니 이번 기행을 장을 보러 갈 때의 느긋한 마음으로 함께해달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태일기념사업회의 간사들과 참가자들이 차례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번 기행에 참가하게 된 동기도 이야기하였다. 참가자 중 새벽에 부산에서 KTX로 올라와 참여, 기행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사북까지 가는 길에 이미영감독이 만든 ‘먼지. 사북을 묻다.’란 독립영화를 시청하므로써 80년에 있었던 사북항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영화 시청이 끝난 뒤, 박영희 시인이 광부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2시쯤 영월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시간 30분가량 걸려서 사북에 도착하여 성희직 시인과 합류, 태백으로 향했다. 성희직 시인의 자기소개와 사북항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으며 태백에 도착하였다.
이번 기행에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힌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철암역두 저탄장이었다. 현재 많은 광산이 폐광되었는데 이곳은 아직 석탄이 채굴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태백석탄박물관이었다. 여기에는 지구의 광물과 화석, 석탄의 생성, 채굴 과정과 연탄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방대한 자료에 의해 전시되고 있었다. 또한 광부가 석탄을 어떻게 채굴하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관람자의 이해를 도왔다. 관람시간을 넘긴 시간까지 정연순씨가 친절히 안내해 준 덕분에 짧은 시간이였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박물관을 나섰을 때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는데, 낙동강의 발원지라 알려진 황지연못에 도착하니 주위가 깜깜해졌다.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이곳을 잠시 둘러본 뒤 강원랜드 복지관 직원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북산막으로 향했다.
참가자 전체가 한 방에 모여 함께한 작가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 늦게 도착한 정연수 시인과 맹문재 작가의 소개에 이어 박영희 시인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사북에 오게된 계기와 광부가 된 과정과 삶을 이야기하면서, 삶의 끝에 몰
려 광부를 택한 그들의 지독한 개인주의적인 모습에 놀랐지만, 그들과 함께 생과 사의 갈림길인 작업장에서 일하다보니 그들의 개인주의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현재는 덮어두었지만 그곳에서 보았던 것들과 여러 자료를 모아 사북항쟁을 서사적인 글로 남겨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숙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광부들의 삶도 살펴보고 싶다는 말을 피력하였다.
정연수 시인은 자신이 초기에 광부였던 시절은 행복했지만, 친구들이 자신을 보는 시각은 다르단 것을 알고 점점 광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사북항쟁을 알게 되면서 탄광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타인의 시선은 그들의 삶을 처절한 면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
쟁터 같은 일터에서도 거기에 순응하며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광부이다. 현재의 그들의 삶이 좀더 안정이 되기 위해선 광부가 되게 이끌었던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 점이 많다는 말을 전하며 작가로서 이제껏 모은 것으로 자료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성희직 시인 또한 광산을 석탄산업으로 육성했던 정부는 점점 폐광되어 가는 광산에 책임의식을 갖고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광부였던 시절엔 시를 썼으나 지금은 그때의 절박했던 심정이 줄어들어 글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사북항쟁이나 탄광과 관련된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은 박영희 시인이나 정연수 시인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참가자들은 사북항쟁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삶이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1시간 정도 보낸 뒤, 산막 앞뜰에 모여 서먹했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못다한 이야기와 더불어 서로 돌아가며 노래도 부르며 기행의 첫 밤을 맞았다.
15일 아침 등산을 마친 참가자들은 전날보단 친근한 모습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하룻밤 머물렀던 산막을 떠났다. 사북의 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20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가진 후 사북항쟁의 격전지 중 한 곳인 안경다리로 향했다.
26년 전 모습은 많이 남아 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많이 떠난 안경다리는 격전지였단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고요했다. 이곳에서 항쟁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성희직 시인의 설명이 있었다. 이어 박영희 시인의 안내로 사북항쟁의 시발점인 동원탄좌로 갔다. 이곳 역시 현재는 한적한 곳이 되어 있었다. 몇몇 인부들이 강원랜드 스키장에 쓰일 레일을 만들고 있을 뿐, 건물 뒤로 보이는 폐탄산만이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듯 했다. 레일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막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지만 나무판자로 봉해져 있어서 안을 보기에는 어려웠다.
다시 버스에 오른 참가자들은 강원랜드를 둘러본 뒤 바로 정암사로 향했다. 사찰을 둘러보며 이번 기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느낀 점들을 차례로 이야기해보며 이틀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틀간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며 노동문학기행을 진행해 준 박영희 시인과 성희직 시인, 그리고 참가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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