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즐겨 듣는 노래는 동방신기의 O -正.反.合이다. 어떤 친구들은 그런다. 네가 나이가 몇인데 '알라들' 듣는 노래를 듣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동방신기의 이번 노래 O -正.反.合은 멜로디 속에 생기가 돌고, 가사에 어떤 확신같은게 있어서 좋다.
- 근데 좀 웃기다. 25살인 대학생이 동방신기의 노래를 들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게. 그것도 남자가? 남자는 보이밴드 노래를 좋아하면 안되나? 이것은 뭔가 잘못된 우리나라의 문화적 습관같다. 보이밴드를 여자만 좋아해야 된다는 편견을 버려! -
솔직해진만큼 더욱 솔직해지겠다. '더욱 솔직해진' 앞으로의 이 말이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들이다. 사실 내가 동방신기의 이번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동방신기'라는 이 아이돌 그룹에게 '정,반,합'이라는 '의미심장함'이 타이틀로 나왔다는 점이다. 주위의 반응부터 시작한 우리의 일반적 반응을 담아보면 대충 이렇다.
"아니, 얘네들이 과연 헤겔을 알까? 얘네들이 테제와 안티테제를 알까? 변증법을 구경이라도 해봤을까? "
보이밴드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일단 우리 사회에서 '보이밴드'라고 하면 성립되는 등식은 '보이밴드 = 머리가 빈 놈들의 집단'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런 프레임을 갖다 대면 '동방신기'와 '정.반.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계라는 시선이 형성된다. 그리고 말한다.
'동방신기가 정.반,합? 이건 아니잖아'
이것은 단순히 동방신기라는 보이밴드가 하나의 '상식'을 모를 것이라는 편견이 담긴 가정을 떠나, 보이밴드 너희들은 너희를 추종하는 '빠순이'를 위해 물고, 빨고, 지지고, 볶을 것이지 왜 난데없이 '있는 체' 하며 너희들의 주종목을 변화시키려 하느냐? 라는 큰 의구심으로확장된다. 즉,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동화되버리는 생각은 보이밴드와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의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고 명령한다.
'너희들은 그냥 키스하고 왕자가 되고 너희의 팬들을 위해 몸매나 피부를 관리해'
자, O -正.反.合이 동방신기를 키우는 SM의 상업전략이든, 아니면 동방신기 멤버들의 자성이 담겨있든 보이밴드의 현실 참여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은 동방신기를 비롯한 보이밴드들이 앞으로 꾸준히 짊어지게 될 하나의 과제다.
보이밴드에 대한 편견은 주로 남성에서 출발한다. 재미있는 점은 보이밴드에 대한 추억들을 곱씹어보면 '요즘 텔레비젼에 나오는 쟤네들은 뭐니?'라고 묻는 남자들의 과거 속에 '보이밴드'들이 의외로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보이밴드에 대한 편견속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점은 '저 뽀얀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의 맛을 좀 알까? 그래, 지금이 좋을 때니 실컷 떠들어라'로 대변되는 보이밴드와 사회참여의 거리감이다.
그리고 노래속에 '물고 빠는 솜사탕 사랑'이 아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같은 것이 표출되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상대성의 관점이 필요하다. 25살 남자 대학생인 나의 과거를 되감기버튼을 눌러 재생해보면
H.O.T의 나 , 신화의 YO! 악동보고서같은 곡에서 당시 내가 느끼는 '사회', 내가 사회로부터 표출하고 싶은 동질적인 저항의식들이- 제대로 숙성되진 않았지만 '어리면 어렸다는' -그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동방신기의 이번 노래 O -正.反.合을 통해 동방신기라는 네임 브랜드를 떠나 동방신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자신 나름대로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지금 10대 소비자층들을 20대를 갓넘긴 층 - 이제 난 보이밴드 딱지를 뗐어. 이젠 나 성인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과 '어른'이란 위치에서 혀로 끌끌 차며 의혹의 눈초리로 만 보려는 사람들은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해의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도 10대때엔 보이밴드가 재현한 문화를 소비하지 않았는가.
단지, 내가 개인적으로 동방신기에게 안타까운 점은 그들의 선배인 H.O.T보다 주체적인 냄새가 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오락적인 부분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 이번 노래 O -正.反.合은 분명 H.O.T가 나 이후 선보였던 스케일이 큰 댄스 (나 )와 사회에 대한 그들만의 메시지 전략과 유사하다.
그래서 아쉽다. 결국 SM은 H.O.T라는 롤 모델 아래서 그와 유사한 상품만 만들 것인가. SM의 상업전략 이 내세우는 강점이자 한계다. -
O -正.反.合에서 최강창민이 맡은 부분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제 난 두려워, 반대만을 위한 반대
이 대목은 동방신기의 현실적 위치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상을 논한다.
작은 꿈이라 해도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끝도 없이 새로워져, 없던 길도 만들어가
나의 반(反)의 무게로 흐름들을 막아서는 안 되지
언제나 공존할 수 있는 걸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보이밴드가 '공존'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공존' 은 결국 그들이 노래로 나타내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일지도. 보이밴드만큼 타자의 격렬한 옹호와 비난을 동시다발적으로 듣는 음악적 위치는 없으리라..
덧칠) 근데 어찌보면 이 노래는 '정.반.합'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냐. 아니면 솔직히 나아가 '우리(동방신기)를 까는 안티들아, 너희들에 대한 포용전략이다. 용서가 더 무섭다는 걸 아니?라는 논란의 요소들이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동방신기가 들고 나온 정.반.합이란 타이틀은 제법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