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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앙테크리스타(*)

김수민 |2006.10.24 00:54
조회 42 |추천 0

20050824

아멜리 노통브 - 앙테크리스타

 

 

  첫날, 그녀가 웃는 걸 보았다. 순간, 나는 그녀가 알고 싶어졌다.

  그녀를 알지 못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간다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까. 나는 언제나 타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생활이 그랬다. 세상을 향해 나를 열어야지 했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친구라는 건 어떻게 아는 걸까? 분명 어떤 신비스런 기준이 있을 텐데, 한번도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어 알수 없었다.

 

 

 

  여섯 살에는 옷 벗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다. 스물여섯 살에 옷 벗는 일은 이미 낡은 습관이다.

  열여섯 살에 옷 벗는 일은 가혹한 폭력 행위다.

 

 

 

  몸은 세 가지 미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힘, 우아한 기품, 충만함이 그것이다. 어떤 경이로운 몸들은 세 가지를 모두 지니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내 몸은 이 세 가지 경이로움을 눈곱만큼도 갖기 못했다. 결핍이야말로 내몸의 모국어였다. 내 몸은 힘의 결핍, 우아한 기품의 결핍, 충만함의 결핍을 표현했다. 내 몸은 허기진 울부짖음을 닮았다.

  한번도 햇볕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이 몸은 적어도 내 이름과는 잘 들어맞았다. 이 빈약한 몸뚱어리는 하얗긴 했으니까. 내 몸은 무기였으나, 날이 바로 서지 않은 무기였다. 날이 안쪽으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시편 구절이 떠올랐다. "사랑하게 하는 이들은 축복 받을지어다."

  그렇다. 그들은 축복 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제아무리 많은 결점을 지니고 있다 한들,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나를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이 땅에서 그들은 소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뭔가를 대체하는 즐거움이 아니다. 밖에서 볼때 나라는 존재는 해골과 같았다. 그러나 안에서 볼 때의 나는 호사스러울 정도로 책이 가득 찬 책장만 갖춘 아파트가 주는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넘치도록 가진 데 대한 감탄 섞인 질투심 말이다.

  그러나 나의 내면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내가 동정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밖에는 그 누구도 말이다. 나 혼자면 족했다. 나는 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며칠이고 꼼짝 않고 책만 읽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르노. 너는?"

  "블랑슈."

  이 정도 소개면 그 애에게는 충분한 것 같아 보였다. 잠시 후 낯선 입술이 내 입술 위로 포개졌다. 참으로 이상한 풍습이다 싶었지만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그걸 분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야릇했다. 낯선 혀가 네스 호의 괴물처럼 내 입천장에서 꾸물거렸다. 남자의 팔은 내 등을 더듬고 있었다.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다는 느낌은 놀라운 것이었다.

  방문은 길었다. 그 맛을 나도 조금 알 듯했다.

 

 

 

  몰래 그녀를 지켜보는 건 이런 의문이 들 때였다. '크리스타가 예쁜 건가 못생긴 건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는 지독한 의문이었다. 대개 누군가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를 결정하려면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며, 게다가 어는 한 사람의 신비의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외모란 그저 하나의 수수께끼에 지나지 않으며, 유달리 까다로운 수수께끼도 아니다.

 

 

 

  나는 크리스타가 되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처럼 사랑받고는 싶었다. 누군가의 눈에서 나를 향한 광채가 발하는걸 볼 수만 있다면 나는 남은 생을 기꺼이 바칠 것이다. 그 누군가가 인간 말짜라도 좋다. 그 사람의 눈에서 나를 위한 광채를, 나약함과 강인함, 포기와 타협을 담은 광채, 절대적 사랑을 위한 행복한 체념의 광채를 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렇듯, 그녀가 없는 동안에도 크리스마스의 밤은 앙테크리스타의 밤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처음엔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이야기를 듣기 전만 해도 나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믿고 있었다. 자기를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다면 나르시시즘이라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 앙테크리스타에게 사랑이란 오로지 반사적인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의 사랑은 자기로부터 떠나 자기를 향해 되돌아오는 화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사정거리인 셈이다. 그렇게 작디 작은 영역 안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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