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잊지 못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때론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고, 때론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자신의 여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건조한 삶을 살게 된 남자, 현우(유지태)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남자를 혼자 남겨두는 것이
슬펐던 여자, 민주(김지수)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때론 고통인 여자, 세진(엄지원)
는 한마디로 "참.. 아름다운" 풍경 같은 영화다.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사막을 가진 섬, 우이도
부처님 상이 물에 비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불영사.
민주가 현우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풍광들은
어느새 관객들의 눈과 가슴에 조금씩 물기를 담아낸다.
1995년... 사람들로 북적이는 삼풍백화점 안,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고,
이상한 악취까지 풍기던 백화점 안.
그러나,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멀쩡하게 서 있던 백화점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옷을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고,
선물을 포장하며 차 한 잔을 마시던 그 여유로운 공간이,
한 순간에 그렇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그 끔찍한 상황을 어느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영화는 그 순간, 백화점이 붕괴하는 그 순간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의 비명, 죽음.. 생과 사가 교차하는 그 순간.
잊고 있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TV를 통해 봤던
그 처참한 순간들을 잊고 있었다.
삼풍백화점 성수 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날림 공사니, 인재니 하는 말로 떠들썩하던
대한민국을 잊고 있었다.
백화점 붕괴 장면은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마치, 그 순간 그 장소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고통, 공포.
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내가, 눈물을 훔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하는 사람이, 사랑이, 상처가 있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엄청난 참사로,
바로 자신의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삶을 살았다기 보다는 견뎌냈다는 것이 맞을,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며 살았을 현우.
그리고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아내의 지친 다리를 주무르며 오열하던 민주의 아버지.
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녀가 남겨놓은 신혼일기장을 통해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찾는 남자,
그들의 사랑이야기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속에 존재하는 지워질 수 없는 슬픔때문이다.
살아남았다고 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고 해서..
끝나지도 끝날 수도 없는 고통... 그리고 사랑.
민주는 현우와 같이 숨쉴 수 없다는 게,
그를 너무 사랑해서.. 죽는 순간 너무 슬프다고 말한다.
그렇다.. 에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그런 "슬픔"이 존재한다.
세진은 끝내 살아남았지만, 또 그만큼의
고통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고 있다.
현우는 또 어떤가... 그의 입을 통해 절절하게 고백되어진
민주를 향한 사랑.
"내가 민주를 한 순간도 잊을 적이 없다는 걸... 민주는 알고 있을까요..?"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잊을 수 없었던..
올 가을은 아마도 .. 그 길을 오래도록 걸을 것만 같다.
민주가 되어 돌아온 김지수, 죽는 순간의 슬픔을 담은 그 눈빛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녀의 예쁜 나래이션은 또 어떤가...
사랑의 길을 따라가면서, 생의 슬픔을 이야기 하는 세진으로 분한 엄지원,
공허하고 쓸쓸한 몸짓과 눈빛에서 사랑을 잃은 남자를 제대로 표현한 유지태...
그들의 연기는 를 한층 성숙하게 만든다.
마치.. 사랑이 한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참, 예쁘고, 참 슬픈...
참, 가슴 시린... 가을로..
에서 사랑의 운명을 뛰어넘고,
에서 인간의 잔인한 속성을 되짚더니..
이제 김대승 감독은, 쓸쓸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만들어서 돌아왔다.
그러나.. 또 한편 행복한 그런 사랑이야기...
그들을 또 다른 민주와 세진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다시 기억할 수 있게 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도 삶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힘들어 하고 계신 많은 분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분들,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되는 참사로
목숨을 잃은 많은 분들...
기억하겠습니다. 이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가 조금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저의 짧은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참.... 짧은 이야기...
덧붙임,
이제부터는...
바람 속에서 계절의 향기를,
비 내리는 날 사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그런 마음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