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할머니 한분이 오셨다.
8년 전 모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중도금을 낼 형편이 안되어 분양회사에 이야기하니 N은행을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대출 신청을 하였으나 사정이 더 어려워지자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N은행에도 통보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만기가 된 적금을 타서 N은행에 예금하자 주택대출금을 갚으라며 통장을 가압류했다고 한다. 다음날 N은행 직원은 당시 대출금 1,000만원과 이자까지 포함해 1,400여 만원이 되는데 700만원만 갚으면 가압류를 풀어주겠다고 제의했다한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1,400만원 전부를 다 받겠다고 협박하면서 말이다.
할머니는 그 돈이 전 재산이라 너무 놀라 며칠을 고민하다 나에게 찾아왔다.
아마 큰 기대는 안 했던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대출신청을 했다면 당연히 갚아야 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니 대출 신청을 했지만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며칠간 곰곰히 서류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역시 할머니 말이 맞았다.
할머니는 대출 신청만 하였고 대출금은 N은행에서 건설회사로 전달된 것었다.
또 법원에 판례를 알아보니 최근에 같은 내용의 판결이 있었다. 1심은 N은행이 승리했다. 대출 신청 서류가 완벽하니 대출인이 갚아야 된다는 것이다.2심과 3심은 대출인이 승리했다.대출금이 대출인 모르게 건설회사 통장에 입금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N은행 담당자에게 판결 이야기를 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을 가지고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 있는냐고 따지자 직원은 모르겠다고 무조건 소송을 하겠다고 한다.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겁을 주어 N은행은 대출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송을 한다고 하자 할머니는 놀라 돈을 다 잃는게 아닌지 걱정을 태산같이 하였다.
나는 원칙대로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소송에 응해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할머니를 설득하였다.우리가 이길수 있다고 할머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드디어 오늘 첫 재판이 있었고 원고의 소 취하로 할머니가 이긴 것이다.
사실 소액이고 변호사들은 큰 관심없는 사건이라 법에 무지한 소시민들이 당할 뻔한 것인데 원칙대로 싸워 이겨서 다행이다.
그 전의 다른 대출자들은 1,000여만을 주고 농협과 합의로 끝을 내었다 한다.
우리 사회에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가 아직도 심각함을 이번 사건으로 많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