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70년대 대법원에서 판시한 "부부간에는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뒤집는 결과다. 이에 따른 법리해석상의 문제가 당연히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부간에도 엄연히 성폭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작금의 판결은 때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 의한 아내의 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지,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든 남편의 무리한 성관계 요구까지 일방적으로 다 들어줘야 했던 한국사회의 관습에 일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부부간의 잠자리 문제에까지 법망이 미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법의 강제성이 집행되기 이전에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남편의 물리력으로 인해 아내는 원치도 않는 관계를 당하고 때론 상해까지 입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행되는 인신공격과 수치심은 비록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기본적 인격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면식범에 의한 강간이나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판결문에는 이것이 비단 남성에 대한 여성의 권리로 국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즉, 아내의 무리한 성관계 요구 역시 마찬가지로 법의 잣대로 심판 받을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명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간에는 사랑과 섹스를 함께 나누고 즐길 권리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강요된 행위까지 모두 용인되어져서는 안된다.
부부는 부부사이이기 이전에 독립된 생각과 감정을 지닌 인격체다. 두 사람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 할때는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동의가 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부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잠자리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남성중심의 가치관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들이여...
결혼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섹스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강간 증명서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두기 바란다
PS : 오늘 블로그를 정리하다 예전에 썼던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날짜를 보니 2005년 10월 5일 이네요. 아마 작년 이맘 때쯤 판결이 났던 모양입니다. 유통 기한이 지난 글을 다시 올리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는 데이트 폭력, 데이트 강간 이름의 부조리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섹스를 강제하는 사고방식도 여전히 남아있구요. 일년 사이에 그래도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긴 하지요. 그렇지만 얼마전 대전에서 검거된 일명 발바리 사건에서처럼 한명의 성범죄자가 백명 이상의 여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 아픔을 주지 않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