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로였어요.
웃을 때 들어가는 왼쪽 볼의 보조개,
당황하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둘둘 마는 버릇,
지갑을 찾느라고 가방에 손을 넣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는은 모습.
그녀의 동네도 변한 게 없었어요.
모통이에 있는 편의점, 그 옆 세탁소, 그 앞 중국 요리 집,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였어요.
변한 건 우리의 거리뿐이었죠.우리 사이뿐이었어요.
군대 가기 전이니까 벌써 오 년쯤 됐네요.
그녀와 함께 떡볶이와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
몇 정거장쯤은 밥 먹듯 걸어 다니고,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부터 주유소 아프바이트까지
안 해봉 아르바리트가 없었는데...
그때가 그립군요.
지금은 제대하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잠깐 택시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어제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다가 손님 한 명을 태웠는데
글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녀가 내 택시에 탄 겁니다.
내가 면도도 안 하고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뒷자석에 앉더니 창밖만 내다보면서 집 앞까지 가저라구요.
내리는 그녀에게 차비를 받을까 말까 갈등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 뒤돌아보고 인사를 했죠.
그녀는 당황스러워했고,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둘둘 말았어요.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불편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대로네...여전히 지갑 찾는 데도 오래 걸리고...
찾지마.그냥 내려..."
그랬더니 그녀가 조용히 내려 그 앞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하나 사다 주더군요.
그녀를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한 커플을 태웠어요.
남자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 같은데
여자 분이 술에 많이 취래서 남자 분이 화가 많이 났더라구요.
생각해보니 난 한 번도 그녀를 택시에 태워 바래다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를 편하게 바래다중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좀 더 폼 나는 모습으로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부끄럽지 않아요.
그녀도 나도, 이젠...서로의 마음에서 내린 지 오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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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추억을 멈추고, 추억으로 묻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