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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집 안방도 아닌 대낮의 카페안

권보현 |2006.11.01 21:59
조회 15 |추천 0


자기집 안방도 아닌 대낮의 카페안..
 소파에 축 늘어진채 팔을 늘어뜨려 흔들흔들하고 있는 K.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는 그 모양을 보더니 가방을 내려 놓으면서
 냉큼 진단을 내립니다.

 - 고민있냐?

 친구가 오거나 말거나 계속 그 자세로, 그대로 눕듯이 앉아있던 K.
 듣는 사람까지 힘빠지게 하는 말투로 간신히 대답합니다.

 - 아니.. 그런거 없어

 - 근데 왜?  남자친구랑 싸웠어?

 친구의 두번째 물음에 K는 그제야 몸을 좀 일으키며 말하길..

 - 휴~  싸우기도 싫다.  뒤통수도 보기 싫구만..
   아우~  짜증나..

 친구는 그런 K에게 빙긋이 웃으며 최종진단을 내립니다.

 - 너 권태기구나?

 친구는 여전히 세상 귀찮은 얼굴로 흐느적대는 K 앞으로 바짝 
 다가 앉습니다.
 
 - 너 그 사람 막 싫지?
   이유도 없이 꼴보기 싫구,  말하는것마다 한심하구,
   맨날 하던 농담도 이젠 듣기에 짜증나구,
   지나가는 남자들은 다 멋있는데, 저 인간은 뒤통수도
   저렇게 못생겼나 싶구..

 어느새 번쩍 일어나 앉은 K.
 반색을 하며 친구의 말을 넙죽 받아 채죠.

 - 너도 아는구나.  나 진짜 미치겠어
   어제는 밥먹는데 한대 때리고 싶더라니까
   돼지도 아니구 인간이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아~  진짜..   야, 나 어떡해

 그 말에 친구가 마치 선배처럼, 도인처럼 대답해 줍니다.

 - 나도 딱 그랬었거든.  다 꼴보기 싫구 막 그랬었는데,
   음..  그러다 하루는 내가 운전하고 가는데 옆자리에서
   그 사람이 자더라
   처음에는 아니 날 운전시키고 자긴 잠을 잔단말이야
   성질이 확 났는데, 그러고나서 가만히 그 얼굴을 들여다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야
   왜 아무리 미워도 잠든 얼굴까지 밉기는 어렵잖아
   꼭 어린애 같기도 하고..

   엄마들은 아들이 아무리 커도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고,
   그 얼굴에서 백일때 얼굴을 찾아낼 수 있대.
   나는 그때 그 사람 얼굴에서 그런걸 찾아낸거 같애.
   지금은 이유도 없이 밉지만 더 오랜시간동안 내가 사랑해온
   사람의 얼굴..   
   지금도 날 믿고 이렇게나 천진하게 잠든 내 사람의 얼굴..


 가을은 호르몬이 날뛰는 계절.
 이유도 없이 슬퍼졌다가  이유도 없이 미워지지만
 그래도 그 끝엔 사랑이 버티고 있어 주기를..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헤어지진 않기를..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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