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검소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 아들 헨리 포드 2세는 낭비벽이 심했다고 한다. 누군가 2세에 대해 시중에서 떠도는 비난 소문을 전해 주자 아버지 포드는, “당연한 일 아닌가. 내 아들은 부자 아빠를 두었지만, 나야 그런 아버지가 없지 않은가" 하고 응수했다고 한다.이 이야기는 부자 아빠를 둔 재벌 2세와 너그러운 창업 1세 아버지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재산 갈등으로 노부모를 냉방에 버려둬 죽게 만든 패륜아 중소기업 사장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자녀에 대한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은 결코 선택 사양이 아닌 필수 사양임을 절감하게 된다. 사건의 깊은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만일 그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일찍이 돈 교육을 어려서부터 했더라면 이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몇 년 전 외국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5대 이상 부를 지속한 부자의 비결은 바로 자녀에게 근면과 나눔을 체득게 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CEO들은 현명하게 돈 교육을 하고 있을까? CEO들의 자녀에 대한 돈 교육 방법을 공개한다.
세상에 표를 안 내려야 안 낼 수 없는 게 가난, 감기, 사랑, 세 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CEO들은 반대의 고민을 한다. 집안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이 혹시라도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해, 아버지가 부자 티를 안 내느라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억지로 명품을 못 입고 못 신게 막았더니 주차장 구석에 숨겨놓고 외출 때 살금살금 신고 나가더란 한숨 섞인 고백을 하는 CEO도 있었다.전문 경영자, 창업 CEO들은 자녀의 용돈 관리에는 보수적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모자란 듯 주거나, 원하는 것보다 한 단계 낮춰서 주는 ‘짠돌이" 부모형이라고 고백했다. 어느 기관지에서 2004년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물질적으로 풍족할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자녀에게는 일반인에 비해 적은 돈을 주고자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학 재단을 설립하고 사재를 몇십억 출연한 A사장은 자신의 아들이 학급에서 컬러 휴대전화를 가장 나중에 샀었다는 이야기를 소개해 주었다. 자녀가 요구하는 것보다 늘 한 박자 늦게, 한 단계 낮춰서 준다는 게 그 나름의 원칙이다.
바른 생활 CEO로 유명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융통성 없는 원칙 고수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자신이 사장인데도 아들에게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동네 선배 언니들의 옷과 신발을 얻어다 입힌 적도 많았단다. 검소함을 가르치고 아울러 자원을 아끼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한창 사춘기 때엔 딸들이 친구들한테서 “너희 아빠, 유한킴벌리 사장 맞니?" 하는 놀림을 받고 눈물까지 흘렸다니, 말 다한 거다.
“부모의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요. 시민 정신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나름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앞으로 당면할 시련에 대한 극복 능력을 가르쳐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뜩이나 빈부의 양극화가 심한데, 부자가 돈 쓰기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국가의 미래가 어떻겠습니까. 남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행동하는 사람은 결코 리더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는 “부모 덕에 성공을 훔친 사람은 결코 참다운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하고, "결국 자신만의 성공 근육을 단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불용설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신보다 기회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할 줄 알 때, 비로소 인생의 행복도 찾을 수 있다고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이는 외국의 부자 아빠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들에게 1달러의 가치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식사를 챙겨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한다. 1달러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100만 달러가 손에 쥐어져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내가 CEO들을 많이 만나며 느낀 것은, 뜻밖에 그들은 작은 돈 쓰기에도 인색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가치 있는 일에 큰돈을 쾌척할망정, 허투루 쓴다고 생각하면 푼돈을 쓰는 것도 본능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의미 있게 돈을 쓰는 자신들의 가치관이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전승되는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의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그의 집 벽난로 위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고 한다. “네 손으로 장작을 패라. 이중으로 따뜻해진다."작은 돈도 소중히 하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가르치고자 CEO들이 많이 쓴 상용화 매뉴얼은, 용돈은 땀 흘리는 노동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쓴맛"을 보여주는 것. 단돈 몇백 원이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서 받도록 교육했던 것이다.
크든 작든 땀 흘려 돈을 벌어 본 사람은 돈을 소중히 여기게 되어 있고 탈선하지 않게 되어 있다는 게 이들 CEO 아빠들의 한목소리였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한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 “나나 애들 엄마나 모두 자식한테 짜다. 우리 아들이 운동화를 사 달라고 졸랐는데, 운동화를 문 앞에 매달아 놓고, 목표를 달성해야만 신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그가 돈이 없어서 그런 것도,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돈의 가치를 스스로 배우며 깨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그랬을 것이다.
흔히들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오히려 가난한 아빠는 자녀가 무엇을 사 달라고 하면 콤플렉스 때문에라도 ‘아버지가 이것도 못 사 주리" 하며, 토를 달지 않고 덥석 사 준다. 반면에 부자 아빠, CEO 아빠는 결코 사 달라는 대로 공짜로 사 주는 법이 없다. 갖가지 조건과 치사한(?) 의무 사항의 고난도 장애물 경기를 자녀에게 요구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뭐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금과옥조이기 때문이다.
어느 회장의 50대 딸은, 웬만큼 풍족하게 사는데도 30만 원짜리 중고 엑셀 자동차를 타다 아반테로 바꾸는 데 아버지를 몇 날 며칠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했다고 한다. 마스타카드의 장윤석 사장은 아들에게 용돈을 짜게 주고, 나머지 필요한 돈은 식구들의 구두를 닦아 주거나 하는 식으로 보충하게끔 한다. 외국계 기업의 CEO인 S사장은 “외국에선 부모의 경제 형편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일정한 연령이 넘으면 노동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밝힌다. 그것이 단지 근검절약의 정신을 넘어 세상을 익히는 비즈니스 정신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캐나다에 있는 고등학생 아들에게 용돈을 스스로 벌어 해결하라고 했더니, 방학 때 한국에서 풀빵 기계를 사다가 공원에서 팔아 히트를 쳤지 뭡니까. 허허. 다음 방학 때는 캐나다에서 히트한 스낵 아이템을 한국에서 역으로 팔아 볼 작정이라고 하네요. 허허."
이상이 주로 어린 자녀에게 강조하는 경제 교육이라면, 청소년기 이상이 되면서부터는 CEO들은 신뢰와 나눔이라는 더 고차원의 경제 교육을 강조한다.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체 L사장은 “돈은 피다" 하고 정의 내린다. "돈은 피처럼 소중하지만, 순환시키지 않고 고이게 두면 썩게 마련이고, 주위 사람들과 나눠야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자신을 위해선 돈을 절약하되 남을 위해선 베풀 것을 강조한다.
돈을 가치 있게 쓴다면 반드시 쓰는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 절약한답시고 밥 먹고 나서 구두끈 매는 척 늦게 나오며 밥값 안 내는 사람 치고 직장생활 오래 하는 경우 못 보았다는 경험 짬밥을 아들에게 전수한단다.
아들이 신입사원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게, 자신의 단골 식당을 순례하며 주인에게 인사시키는 일이었다. 신입사원 월급으로 동료에게 밥 사기는 부족할 터이니 아버지 이름 밑에 그어 놓고 동료에게 인심을 쓰라는, 그 나름의 배려였다.
절약과 나눔, 언뜻 보면 모순된 것 같지만 이들 CEO는 양극의 개념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절약하는 사람이 남에게 베풀지, 자신이 낭비하는 사람은 결코 남에게 베풀 여유가 없다는 것. 벤처 CEO인 J사장이 사석에서 고백하듯 말했다. 주위를 보면 자신보다 훨씬 더 머리도 좋고 근면한데도 성공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그 까닭이 뭘까 생각해 보았더니, 덕의 선순환이 곧 부의 선순환이란 결론이 나오더란 이야기였다.
“잘되면 내 덕, 안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자신이 여러모로 부족한데도 잘 풀리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조상 덕이지요. 반대로 내 자손이 잘되게 하려면 바로 덕을 베풀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는 돈을 움켜쥐지 않고 나누는 행위는 보험과 같다고 비유했다. 당장 타 먹을 수는 없지만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3대 이상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
글 | 김성회
출처 : [석세스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