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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스탠딩 공연에서 살아남는 방법

박상철 |2006.11.08 10:33
조회 191 |추천 0

어떤 차림으로 공연장으로 갈 것인가를 잘 결정하는 것으로 준비의 50퍼센트는 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사소하게 신경 쓰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옷차림과 관련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반팔. 가급적이면 몸에 딱 맞는 옷이 좋다. 어설프게 펄럭거리는 옷은 다른 사람들에게 잡히기도 쉽거니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소매가 없으면 더욱 좋다. 겨울철에도 스탠딩 공연은 대개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두터운 겉옷을 걸치고 가되 안에는 위와 같은 반팔을 입는 것이 좋다. 겉옷을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들어가면 (가지고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짐이다) 처음에는 다소 추울지 몰라도, 땀으로 범벅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주머니가 많은 바지가 좋다. 이른바 건빵 바지. 특유의 헐렁한 느낌이 당신의 움직임에 무한한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주머니가 많으면 좋은 이유는 잠시 후 설명하겠다. 

 

 

무대 위에서는 명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스탠딩 석에서는 벗겨져 날아간 신발을 찾아 헤매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을 의외로 자주 보게 된다. 뒷사람에게 발뒤꿈치를 밟혀 신발이 벗겨지고 슬램과 모슁의 틈바구니에서 쉽게 신발을 못 줍는 사이 찾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다반사라는 것이다. 하여, 가능하면 목이 높은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목이 짧을 경우 자신의 발 사이즈와 딱 맞아서 거의 일체감을 주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조리나 슬리퍼, 하이힐 등은 절대 금물. 벗겨지기 쉬운 것은 둘째 문제이고 노출된 발이 다치기 쉬울 뿐 아니라 다칠까봐 조심스러워 제대로 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지갑 등의 기본적인 소지품 외에는 물, 수건 정도만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카메라는 선택사항인데, 사실 가지고 간다고 해도 좋은 사진을 뽑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방에서 물이 튀거나 충격이 가해지는데다가 스탠딩 구역은 무대 조명이 너무 강해 인물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지품을 가지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가방은 안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 짐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다른 이들에게 흉기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여 가방을 가져가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필수 준비물만을 남기고 물품보관소에 맡기도록 하라.  

 

물은 600ml 작은 병 두개 정도를 가지고 가라. 둘 다 얼린 것이면 좋다. 하나는 마시기 전용, 하나는 뿌리기 전용이라 생각하면 될 듯. 건빵바지 양쪽주머니에 각각 하나씩 넣고 머리에는 수건을 둘러라. 그리고 공연이 무르익어 열기가 점차 올라올 때쯤 수건을 물에 적셔서 머리를 감싸라. 머리에 물을 뿌려대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소모적이다. 적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적은 양으로 몸의 열기를 식혀 탈진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자, 이제 공연장 입장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냅다 뛰어서 무대 앞 맨 앞 열의 바리케이드에 딱 붙었다. 대단한 성취감이 들 것이다. 이 정도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콧구멍까지 볼 수 있는 거리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성취감에서 끝나고 만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뒤쪽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몰리게 마련이고, 맨 앞에 있는 이들은 차곡차곡 포개진 압력을 받아 호흡곤란/질식의 위협을 받고야 만다. 그리하여 자타공인의 ‘갑바’ 보유자가 아닌 이상, 대개의 경우 첫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맨 앞 열의 사람들은 녹초가 되어 뒤쪽으로 빠지고 만다. 

 

필자도 2001년 무렵 잉베이 맘스틴 내한공연장에서 이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는데, 그 압박의 규모는 가히 엄청난 것이어서, 뮤지션에 대한 애정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물론 잉베이 맘스틴에 대한 애정이 딱히 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다가 죽고야 말지’라는 생존 본능이 먼저 발휘되기 마련이다. 살기 위해 뒤쪽으로 물러나다보니 아예 사람들이 별로 없는 뒤쪽으로까지 처지게 되었고 그 짧은 순간에 입은 데미지를 회복하는데 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겁에 질린 나머지, 이후의 공연은 멀찍한 곳에서 관조적인 자세로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맨 앞으로 진출하는 무모한 행위는 삼가야 한다. 최적의 위치는 공연장 전체를 보았을 때 무대 앞에서부터 약 1/3 가량의 위치다. 이쯤에서 느긋하게 대기하고 있다가, 공연 시작과 동시에 앞쪽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것이 좋다. 공연이 개시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압박을 견디다 못해 대열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자연스럽게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스탠딩 공연장은 만원버스와 달라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고 해서 실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뒤쪽에 있다가 흥이 오르는 만큼 슬램과 함께 전방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라. 어느덧 비교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앞쪽에서 머리를 흔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뮤지션의 모습은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앞쪽으로 가기는 두려운 이들은 사이드 공간을 택하다. 격렬한 슬램이나 모슁은 주로 공연장의 중앙부, 그리고 앞쪽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다소 앞쪽이더라도 측면이라면 비교적 안전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측면 바리케이드까지 있는 경우라면 몸을 기대거나 한쪽 손으로 바리케이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여성들의 옆에서 몸을 흔들며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스킨쉽을 즐겨보고자 하는 이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녀의 남자친구다. 비록 그 같은 불순한(?) 의도가 없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옆에 여성이 있을 경우 그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왔는지에 대해서는 미리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쪽에서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줘서 되려 이쪽이 공연 내내 신경쓰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즐기러 왔다가 괜히 쓸데없는 오해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참으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도저히 스탠딩 공연을 즐기기에 적합한 복장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의 옆이라면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좀 더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면서 작업의 가능성까지 열어보고 싶다면 위의 항목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측면 바리케이드 구역으로 진출해 보라. 외국인 슬래머들의 무시무시한 위협으로부터 겁많은 그녀들을 지켜주기라도 한다면 당신은 공연도 즐기고 님도 만나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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