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이 맘때만 되면 항상 내 가슴을 후회로 가득차게 만드는...
노부부가 있다...
벌써 6-7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두 사람...
그때도 지금처럼 겨울의 초입이었다.
성서로 이사와서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시내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잘못 타게 되었고..
다시 갈아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난...
차가운 시멘트 인도 블럭 턱에 걸터 앉아 있는
할머니 한 분을 보게 되었다.
한 눈에도 건강하지 않게 보였고...
날씨가 꽤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오래된 한복 치마를 입고 목도리( 울 목도리가 아닌..
두툼하기만 하지 별로 따뜻해 보이지 않는 ) 로 목을 둘러 싸고
손으로 뜬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비슷한 연세의 할아버지 한분이 ..
누가 봐도 노부부임에 틀림이 없는 모습...
몸이 아파서 병원엘 가는 길인지...
그날 따라 버스는 왜 그렇게 안 오는건지..
날씨가 하도 추워 내 눈엔 눈물이 맺혀가고..
난 내가 탈 버스보다도 노부부가 탈 버스가 빨리 왔음..
하는 마음으로 계속 노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뒤 ..
오랫동안 그 차가운 보도 턱에 앉아 있던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일으켜 세워 저쪽으로 걸어가시는게 보였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가는
그 뒷모습...
바람이 불어 할머니의 치맛자락은 계속 펄럭이고..
할머니의 내의 입은 다리가 펄럭이는 치마 사이로 ....
할아버지가 차도에서 택시를 잡는게 보였다
몸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추위에 떠는 걸
더이상 보지 못하겠어서였을까....
형편이 그렇게 넉넉치 않게 보였는데...
나는 그 순간 얼른 뛰어가서 할아버지께 택시비를 쥐어 드리고
싶다는 ...
아니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발걸음이 몇 발짝 떨어지다가...
외투 안의 내 손은 계속 지갑만 만지작....
하지만.........
난 끝내 할아버지께 택시비를 쥐어 드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왜 얼른 뛰어가지 못했을까?
돈이 아까워서는 진정 아니었는데...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거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몇 안되는 사람들의 눈 때문에...
오지랖이 넓다는 소릴 들을까봐?...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가는게 부끄러워서?...
혹시나 할아버지가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서?...
행여나 할아버지한테 다가가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바보처럼 눈물만 보이고 말까봐 두려워서?...
.....
지나고 생각해 보니 정말로 그따위 이유는 말도 안되는 건데....
내가 왜 얼른 가서 할아버지께 택시비를 쥐어 드리지 못했는지...
왜 그렇게 안했는지.. 너무 후회스럽고 ..내가 너무 바보같다...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지금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면 ..
그때 그 할머니가 얼마나 추웠을까...느껴지면서..
잊고 있던 그 기억이 나를 다시 괴롭힌다...
할머니의 펄럭이던 치마 자락과
펄럭이는 치마 사이로 보이던 여위고 휜 다리...
그리고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가시던 할아버지의 뒷 모습....
답답하다...슬프다....
만약에..
앞으로 살다가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정말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할 거라고...
절대로 주변 눈치 보지 않을 거라고...다짐 해 본다...
그때는 아직 내가 세상을 덜 살았었고..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리고 선뜻 내 마음을 내 보이는 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리고 습관이 안되서 그랬던것 뿐이라고..
날 달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