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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바라기’서 거친 남자로 변신 중! 김래원

이주연 |2006.11.15 01:39
조회 63 |추천 1

영화 ‘해바라기’서 거친 남자로 변신 중! 김래원

“인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냥 묵묵히 제 길을 갈 뿐이죠.”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믿기 어렵다. 배우의 길을 선택한지 올해로 꼭 10년째.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슬픔, 평온함과 분노가 동시에 담겨 있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배우 김래원의 최대 강점. 그런 그가 최근 또 한 번 대변신을 준비 중이다. 오는 10월 영화 ‘해바라기’로 돌아올 ‘거친 남자’ 김래원의 요즘.

 

연기바라기 김래원! OK 사인도 무시한 채 마음에 들 때까지

 



“감독님, 다시 한번 갈게요.”

 

김래원이 또다시 고집을 부린다. 같은 신을 벌써 몇 차례 되풀이하는지 모른다. 촬영 전 동선을 확인하고, 동작을 맞춰보고, 두어 차례 리허설도 가졌다. 실제 촬영에서 두 번의 NG 끝에 받아낸 감독의 오케이 사인. 하지만 김래원은 촬영된 부분을 확인하곤 스스로 다시 한번 찍을 것을 거듭 청했다.

 

이날 있던 촬영신은 18:1의 격투신. 몸도 고된 촬영이었지만 분노를 한껏 뿜어내야 하는 감정 연기 또한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과도한 액션신이 많은 탓에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 타박상으로 생긴 멍 등 김래원의 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광의 상처들이 그간의 고생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촬영이 얼마나 고됐으면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 허릿병으로 3일간 침대 신세를 다 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래원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기에 더 열심이다.

 

“지금껏 연기한 작품 중 어느 것 하나 제겐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특히 더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큰 탓인지 연기에 있어서도 한층 더 욕심을 내게 되네요.”

 

영화 ‘해바라기’ 촬영장에서 만난 김래원은 영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렘이 촬영에 한창인 지금까지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가족에 대한 영화이다 보니 새삼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제가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니까 가족과 떨어져 산 지 어언 15년. 그래서인지 가족 이야기를 그려내는 이번 영화에 더욱 많은 부분 공감하게 돼요.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는 거였는데…. ‘해바라기’는 그런 영화예요. 더없이 소중하지만 너무 가까이에 있다 보니 잊고 살기 쉬운 ‘가족’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려보게 하는.”

 

‘비열한 거리’에 조인성 있다면 ‘해바라기’에는 김래원이 있다

 

올해로 스물여섯. 연기에 발을 내딛은 지 꼭 10년째에 접어들었다. 부산 요트 경기장 내 부산영화제작소 세트장에서 김래원은 말쑥한 양복 차림의 전직 조폭으로 변해 있었다. 영화 ‘청춘’에서 보여준 풋풋한 소년의 이미지는 간 데 없고,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나 영화 ‘어린 신부’의 철없는 대학생 모습과는 또 다른, 분노로 가득 찬 거친 청년으로의 변화. 한 마디, 아니 몇 마디 말로도 설명이 힘든 김래원의 이런 변화를 메가폰을 잡은 강석범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태식이(극중 김래원의 이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웃고 있어도 눈에 슬픔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그러던 녀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원하는 감정을 잘 뽑아주고 있는 거죠.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 소년의 순수함도 담고 있길 바랐거든요.”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행복하면서도 안타까운 운명을 살아야 하는 한 젊은이와 그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친아들을 죽인 태식(김래원)의 옥바라지까지 한 뒤, 그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홍수같이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 덕자(김해숙).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착실한 아들로 변했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다시 주먹을 써야 하는 운명 앞에서 갈등하는 태식. 이렇듯 태식은 심도 있는 내면연기를 요하는 캐릭터다. 때문에 연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 하지만 김래원은 요란 떨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쉽게 풀어낸다.

 

“사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당시부터 제 안에서 쉽게 태식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어요. 그만큼 태식이라는 캐릭터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는 얘기죠. 영화에서 보면 태식이가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몇 가지 소원을 적어 넣어요. ‘대중목욕탕 가기, 호두과자 먹기, 선물하기, 소풍가기, 한강에서 유람선 타보기, 길거리에서 오줌 누기’ 등.

 

보통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들이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게 꿈인 태식에게는 남들이 일상이라 말하는 것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 거죠. 태식이 하고 싶어하는 일 중에는 제가 제안해 새로 써 넣은 것도 있을 정도로 저 요즘 태식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삽니다. 지금 이순간도 태식이로 살고 있는 게 맞을 거구요.”

 

영화 ‘해바라기’를 통해 태식과 만나다 보니 얼마 전 개봉한 ‘비열한 거리’에서의 조인성의 연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두 배우 모두 청춘스타에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맡은 캐릭터가 비교적 유사하다 보니 두 배우의 연기가 절로 비교될 건 불 보듯 뻔한 일. 내심 신경이 쓰일 법도 한데 그에게선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죄송하지만 ‘비열한 거리’를 보지 못했어요. 뭐 그분은 그분 연기를 하는 거고, 저는 또 제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그냥 태식에게 충실하려고 해요. 더군다나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걸 그다지 즐기는 편도 아니구요.”

 

그러면서도 장난스럽게 한 마디 덧붙인다.

 

“제 동생 역으로 나오는 허이재씨가 우연히 ‘비열한 거리’에서도 조인성씨 동생으로 연기를 했어요. 허이재씨는 그 전에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씨 친구로 출연한 적이 있어 저와는 좀 친분이 있었죠. 그래서 제가 궁금해 물었습니다. 나와 조인성씨 둘 중에 누가 더 좋으냐구요. 그런데 뭐라는 줄 아세요? 글쎄 조인성씨가 더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뒤로는 말을 잘 안 섞고 있죠. 하하~.”

 

 

김래원은 영화 ‘해바라기’ 촬영이 끝나면 잠깐 휴식기를 갖은 뒤 MBC-TV 드라마 ‘식객’의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다. ‘식객’은 허영만 화백의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 드라마 ‘식객’에서 김래원은 트럭 채소 장수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일가견을 가진 주인공 ‘성찬’으로 분할 예정이다.

 

내 사람 챙길 줄 아는 의리파에 남자다운 성격의 소유자

 


 

섬세한 외모와 달리 김래원은 선이 굵은 남자다운 성격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전에 염정아, 김태희, 정려원 등의 여배우들과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사실이 아닌 일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지 않냐”며 수수방관, 오히려 매니저를 비롯 주변 사람들을 더 안달하게 만들었을 정도였다고. 또 김래원은 연예계 소문난 의리파이기도 하다.

 

지금의 매니저와도 5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고 있을 정도로 김래원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자기 사람 챙기는 일이라면 타의 추종을 다 불허할 정도. 김래원은 최근 매니저에게 개인용 차를 선물하기도 했고, 로드 매니저가 전셋집을 구하러 다닐 때에는 직접 나서 계약 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 큰 남자’ 김래원은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못된다고.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연예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건 일종의 설정이라고 한다.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전화를 자주해 주변 사람들과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일도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도 말없이 술을 마시다가 ‘좋다’ 한마디 던지는 게 전부다. 그의 남자다운 성격은 교우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의리와 신의를 중요시 여기는 탓에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꾸미는 것,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제게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또 제가 좋아하는 낚시 하면서 사는 게 제게는 더 잘 어울리는 삶인 것 같아요. 연기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런 게 좋아요. 앞으로도 조바심 내거나 경쟁하는 데에는 별 관심 없을 것 같네요.”

 

20대 중반 청년 배우 김래원은 연기 인생 40년을 바라보는 중견 연기자 같은 어록을 남기며 홀연히 촬영장으로 자취를 감췄다. 얼굴에는 희노애락을 담고, 가슴에는 사람을 담고 사는 남자 김래원. 그의 다음 10년 필모그래피가 기대되는 건 아마도 그가 지닌 바로 그 ‘인간 내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 / 윤예림(자유기고가) ■사진 / 박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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