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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사랑을 말하다

박소미 |2006.11.15 18:48
조회 27 |추천 1


"너 안 먹을꺼지. 그럼 내가 다 먹는다."

비빔밥 그릇을 앞으로 당겨서는 허겁지겁 밥을 먹는 여자.
남자는 느긋하니 의자에 기대서는 그런 여자친구를 쳐다봅니다.


'지금 담배피면 밥 먹는데 연기 뿜는다고 신경질 내겠지' 생각 하면서..
그런 남자의 표정을 딱 읽고 여자는 말하지요.
"담배는 안돼!"



"그리고 부탁인데 딴데 좀 볼래?
너도 알지? 남 먹는거 쳐다 보는 거 제일 추잡스러운 거."

고추장으로 빨게진 입가를 휴지로 닦아내며 그렇게 바락바락 말해 보지만,
남자는 얄밉게도 아까보다 더 느긋하게 여자친구만 쳐다봅니다.


안 되겠다는 듯, 여자는 숟가락을  밥 위로 딱 꽂더니,
"어우, 나 점심도 못 먹었단 말이야! 배고파 죽겠어!"
남자는 그제야 게으르게 대꾸합니다.
"아니, 누가 뭐랬냐.. 먹어, 많이 먹어"


"근데, 너 여기.. 어, 거기... 원래 점 있었어?"
어느새 젖혀졌던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여자에게 바싹 얼굴을 들이 댄 남자.
턱 끝에 있는 까만점을 가리키며 말하죠.

"씁..없었던 거 같던데.. 야,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기미라는 거냐?"
그말에 여자는 젖가락을 삼지창처럼 들어 보이며 '까불래!' 눈빛을 보내고..
그 눈빛에 남자는 '아니면 말고..' 싱겁게 물러서고..

여자는 다시 열심히 밥을 먹고..
남자는 그런 여자친구를 지긋하게 바라보고..



2인용 커다란 비빔밥에 양푼이 다 비워져가자,
그제야 흡족한 듯 여자는 숟가락을 내려 놓습니다.
"어, 이제 살겠네."

남자는 그런 여자친구를 보면서 괜히 싱거운 소리.
"아, 나 돈 많이 벌어야겠다!'
그 말에 물컵에 물을 콸콸 따르던 여자.
"돈은 나도 벌거든!, 남자들은  여자가 밥 많이 먹으면 꼭 그런 말하더라."
발칵발칵 물을 한 컵 쭉 마시고는,
"그리고 아까 내가 너무 밥에 몰두해 있어서 말 못했는데..
이 점, 너 때문에 생긴거야."


또 담배 얘긴가..
그래도 설마 담배땜에 점이 생겼다고 하진 않겠지..
혼자 찔려가며 여자의 말을 기다리는 남자.

"그때 밤기차 타고 우리 정동진 갔을 때 기억나?"
남자는 끄득끄득.
여자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너 만날 때 맨 얼굴 절때 않보였거든.
그날 잠도 몇 시간 못 잤는데 기차 타고 가서 바닷바람 맞고,
거기다 예쁘게 보일려고 계속 얼굴에 화장 덧칠하고..
그리고 집에 오니깐 뽀류지가 나 있더라, 그게 이 점 된거야."


그제야 남자도 배시시 웃음이 납니다.
"바보, 너 화장하나 안하나 똑같은데..
하긴 나도 그때 너 우리집에 온다 그랬을 때,
나 아무도 모르게 백화점 가서 츄리닝 샀잔아. 외출복보다 더 비싼 츄리닝."



그때, 그대가 너무 좋아서 아무도 모르게 했던 일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대가 더 좋아졌습니다.
고무줄 바지를 입고, 양푼째 비벼먹는 밥처럼.



편안한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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