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처음 god를 접한 건,
성적우수자에 뽑혀 교수님을 따라 참관했던 모 세미나에서다.
그 세미나에서는 아이돌에 관한 내용을 2부에서 다뤘었는데.
그때 god의 1집이 막 발매되면서, 많은 음악평론가 분들이
가수박진영이 키운다는 god에게 관심이 조금 있었던지라
당시 그 세미나에선 약 1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신인그룹 god에 관한 얘기를 다뤘었다.
(정말 드문 일이다. 세미나에서 아이돌 그룹을 논하는 것은.)
허나. 다뤄진 내용 이래 봤자. 고작.
"이 그룹은 아직 서브 보컬을 정하지 못했군요." 였었다.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해서
'도대체 음반하나 듣고 그걸 어떻게 알지??'
하고 의심을 거둘 수 없던 내게 돌아온 것은
음반을 더 들어보라는 교수님의 말씀뿐이었다.
god 1집을 좀 심도있게 들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
1집 당시엔. 리드보컬 김태우를 중심으로 하여.
데니안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3명이.
뛰어나지 않은 노래 실력에도 불구
모두 노래파트를 조금씩 맡아서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곡에서만 그 노래실력을 보였을 뿐,
나머지 거의 모든 노래에서는 김태우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랩을 했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평론가들은 프로듀서 박진영이 나머지 멤버들중에
서브보컬을 고르는 시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 이였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god 2집이 나오고.
2집에선 김태우를 주축으로,
손호영만 보컬파트가 한 파트 있었다.
이때 내 주변 조교 및 교수님들 반응은
다들 '의외' 라는 평이셨다.
많은 교수님들은 다들 서브보컬이
윤계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자문 담당교수님이셨던 분이 내게 말씀하시길.
멤버 윤계상의 보이스칼라가 상당히 하이톤이기 때문에.
고음처리가 힘든 보이스를 가진 리드보컬 김태우를
보조하기에 알맞은 보이스이며,
또 당시 엄연히 아이돌을 노리고 나온 god에게
고음처리가 가능한 서브보컬이 있다면.
비록 평론가들 사이에서 온전히 인정받진 못하더라도,
대중들에겐 보컬실력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 하셨다. 어차피 아이돌그룹이었으니까.
허나 프로듀서 박진영은 이처럼
당대 아이돌에 통용되었던 상식을 무시하고
2집때 손호영을 보컬로서 다시 시험했다.
그리고 3집 거짓말.
윤계상과 손호영이 모두 보컬 파트에 참여한 음반이었다.
나는 그 음반을 들었을 때,
확실히 god스타일에 맞는 보이스는
약간 허스키 하면서도 하이톤인 윤계상의 보이스라 생각했다. 또 윤계상의 보이스처럼 하이톤의 보이스를 좋아했던지라.
내심 서브보컬이 윤계상이길 바랬었다.
그러나 내가 매주 내 생각에 대해 조언을 구하던,
평론가분들의 생각은 나와는 달랐다.
"선택은 프로듀서가 하겠지. 쉬운길이냐 어려운 길이냐, 보이스냐 아님 발전성이냐."
당시 손호영의 가창력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손호영이 2집 때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1집때부터 god란 그룹을 유심히 지켜봐 오시던
많은 평론가분들께서는 손호영의 보컬이
2집 때보다 3집때 훨씬 안정되어졌고,
윤계상보다 음정처리가 깔끔하다는 것을 아셨던 것이다.
후에 4집에 나오면서.
결국 서브 보컬은 손호영으로 결정이 지어졌다.
아이돌로선 어렵고 보장되지 않은 길이지만
박진영은 발전성을 선택 했다는 것이
모든 교수님들의 일관된 말씀이셨다.
비록 당시의 나는, 윤계상이 아니라는 그 아쉬움과
손호영에 대한 괜한 편견에 휩싸여 동의할 수 없었지만...
god 4집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평론가님과 나는.
가수 이문세씨와 사설지 인터뷰를 하기위해
모 방송국을 찾았던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않게 리허설을 하는 god를 보았다.
그때 평론가님이 하신말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일기장에 큼지막하게 적어놓기 까지 했으니까.
"저쪽에 있는 저 친구 말일세. 저 친구는 나중에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될 걸세."
(여기서 저 친구는 손호영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곤 내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이어 말씀하셨다.
"저 친구는 자신의 목소리와 가창력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날이 올게야, 물론... 그것도 저친구가 열정이 있을 때 얘기지만.."
참으로 애매모호한 말씀.
가창력과 목소리(미성)이 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그 의문은 한달 뒤 해외 통계를 이용해 논문을 쓰며 해결됬다.
그랬다, 미성을 가진 사람은 의학 통계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비해 성대가 약했다.
고로 많은 연습량이 필요한 가수에게 미성은 독이었던 것이다.
가창력이란 게 한두시간의 연습으로 느는 것이 아닌지라.
하루에도 열시간 이상 노래를 불려야 하기 때문에.
미성(목소리)를 유지하고자 하면 타고난 가창력이 아닌 이상,
가창력이 늘기가 힘들다는 것.
그래서 국내 가수들 중에서도 미성을 가진 가수들 중
뛰어나게 "잘부른다!"라고 할 수 있는 가수가 드문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이 사실을 안 뒤에도 손호영의 가창력에 대해
의심이 심했던 나는.
[과연 손호영이란 아이돌 가수에게 미성을 포기하고 가창력을 택할 만한 음악적 열정과 용기가 있는가?] 에 대해 동료 조교들과 틈 날 때마다 토의를 하곤 했다.
그때 조교들도 다들 '아이돌'에 대해 인색한 평을 내놓는
사람들이었던 지라, 나는물론이고 그 어느 누구도
손호영이 가창력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은 꺼내지 조차 않았다.
다들 "가창력은 무슨. 아이돌그룹의 수명은 5집. 그때까지 그 목소리하나로 버틸 것이다" 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과감히 빗나갔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빗나갔다.
4집 활동을 마친 god가 콘서트를 기획하며
100일간의 장기간 콘서트를 결정한 것이다.
이 대형 아이돌 그룹의 장기간 콘서트는,
한동안 학계를 뜨겁게 달구었고...
많은 평론가님들과 교수님들이.
이 콘서트로 이 대형 아이돌 그룹이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에 대해 어떤 확실한 예상 하나 내놓지 못한 체 시간만 보내다, 100일 콘서트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god5집이 나왔다.
당시 동료 조교들과 나는 12명이 단체로
100회 콘서트 중 97회 콘서트를 관람했었는데.
우리는 그의 엄청난 발전 앞에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
그의 발전에 박수는 보냈지만,
우리의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장차 평론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바로 몇 개월 앞의 흐름조차 예상 하지 못한 그 비참함.
그랬다. 손호영은 미성이 아닌 가창력을 선택했다.
가창력을 선택함으로서 100회 콘서트에 당당히 임했고,
그로서 그는 지금 비록 미성을 잃고
조금 두꺼운 보이스를 갖게 되었지만
대신 그는 라이브 실력과 발전된 가창력을 얻었다.
더불어 무대매너 까지도.
그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내고자 했다면.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연습량도 늘리지 못하고, 공연에 열정과 성의를 다해 임하지 못했을 터이고,
3시간 넘게 올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그렇게 노래를 부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100회라는 횟수 동안은 더더욱.
그럼 100회 콘서트는 절대로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없었겠지.
이때 평론가들 사이에서 손호영이 얼마나 높게
평가되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손호영의 발전이 엄청 나서, 다른 멤버들의 발전은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손호영 예기치 못한 선택과 발전에 나는 일년 동안 써오던 아이돌에 관한 논문을 전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지금 현재까지도 평론가들이 같은 그룹의 김태우보다
손호영에게 훨씬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면 믿겠는가?
평론가들은 대게 아이돌 및 대중가수들에
편견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에 관해 좋은 평을 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평론가들은 아이돌 및 방송에 얼굴 들이밀기 바쁜 가수들을
가수로서의 열정과 자세가 한참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가수로써의 선택을 보여준 손호영에게
평론가들의 좋은 평은 끊이질 않았었다.
심지어 제주에서 열렸던 2004 한.중.일 초청 통합세미나
3차에서 각국 대중가수에 관한 내용를 다룰때,
'아이돌에 발전'이란 주제에서 손호영의 자세를
예시자료로 들을 정도로 말이다.
이때도 일본과 중국의 초청 평론가분들 사이에서
손호영에 대한 칭찬은 엄청났다.
당시 일본 초청 평론가 **** 노리코씨 께서
'손호영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까지 하셨으니.
(후에 만나셨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나는 god란 그룹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다.
진화형 아이돌.
이 말의 실현을 보여주는 그룹 같아서 말이다.
어쩌면 이미 아이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중에도 손호영에게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엄청난 발전과 열정, 가수로서의 태도, 끈기, 노력..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