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월드컵 공식구(公式球) ‘피버노바’. 열정을 뜻하는 피버(fever)와 별을 뜻하는 노바(nova)의 합성인 피버노바는 말 그대로 ‘화려함’을 상징한다.
2002년 빨간 물결의 도가니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사람들은 그 화려함의 이면에 ‘아동 노동 착취’가 있었음을 알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중국의 아이들은 어두운 조명 아래 14시간 피버노바를 바느질하면서 그들이 받은 임금은 17센트, 한화로 고작 300원이 되는 돈이었다. 보이는 ‘화려함’ 이면에 보이지 않는 ‘빈곤’과 ‘착취’가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이 다라고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알고도 외면하려한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보이지 않는 영역을 파헤친다. 왕의 남자에서 역사서에 기록조차 되지 못했던 ‘광대’에 초점을 맞추더니 이번 영화 에서 역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한물 간 가수, 비쥬얼한 TV에 가려진 라디오, 그리고 더욱더 조명 받지 못했던 매니저와 청취자들의 삶에 카메라의 시선을 멈춘다.
'88년 가수왕' 하지만 이젠 지방 라디오 진행자로 전락한 락 가수 최곤(박중훈 분)의 대사 “시청자 분들은 라디오 DJ가 누굴까 궁금하셨지요. 저는 라디오를 듣는 여러분들의 삶이 궁금합니다.”는 영화의 주제를 말해준다.
지방 라디오 DJ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에 자존심을 상해하던 최곤은 영월 시청자들의 삶에 관심을 두면서 점점 삶의 생기를 찾아간다. 그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노래를 들려주는 역할 보다는 영월 주민의 삶을 듣고 그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되려고 한다.
를 통해 고스톱을 치다 실랑이를 벌이는 할머니들을 화해시키고, 남자 아이에게 집나간 아버지를 찾아주고 ,‘다방레지’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남자의 사랑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라디오를 통해 자잘한 영월 주민들의 일상을 전달하면서 최곤은 다시 88년 가수왕 시절의 인기를 회복한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최곤 매니져 민수(안성기 분)의 대사처럼 그가 라디오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영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려한 가수 뒤에서 자신의 아내와 딸도 돌보지 못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매니저 민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에서 이렇듯 스타-최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최곤 주변인들의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낼 때 삶은 더욱더 풍성해지는 법이다. 피버노바 이면에 빈곤 아동이 있다는 것을 알 때 삶은 따뜻해지는 것이다. 배제된 곳, 보지 않으려는 곳을 비추는 이준익 감독의 시선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 빼뺄로데이에 여인내 3명과 를 보고 후기를 올리기로 했다. 이 영화 아직 안 보았다면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