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4일 화요일
7시에 일어나 시장에 갔다. 난 시장이 좋다.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과 그 지역 특산품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활기찬 모습이 좋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시장은 아침 방문이 원칙이고 오래된 마을을 방문 할 때는 아침이나 저녁 때 해질 무렵을 선호한다. 저녁 시장은 잔치를 끝낸 집 같아서 쓸쓸하다.
웬모의 시장은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육류를 파는 곳과 야채를 파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영덕씨가 물건 이름들을 잘 알아 설명도 해주고 모르는 것을 물어봐주어서 더 재미있었다. 이 곳에서 초두부를 처음으로 보았다. 우리나라 홍어처럼 삭힌 음식이다. 두부를 삭혀서 일부러 곰팡이를 피운다. 홍어와 마찬가지로 매니아층이 확실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난 당연히 냄새 맡는 것도 싫어한다. 시장 구경을 하고 나면 먹은 것 없고 산 것 없어도 뿌듯하다. 숙소로 돌아와 빵으로 아침먹고 랑빠부 투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 량산에 같이 갔던 아저씨에게 120위앤을 주고 차를 대절했다. 버스가 하루에 3번 들어가긴 하나 마을로 가기 땜에 투린을 보기 위해서는 차를 대절해야만 한다. 이 아저씨는 마음은 좋은데 그리 영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왠지 우마오 투린쪽으로 간다 싶었더니 우리가 랑빠부라고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마오 투린으로 가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1시간 반이면 갈 거리를 2시간동안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살짝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아직 랑빠부 투린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이라서 전혀 어떠한 안내문이나 표지도 없다. 이 맘좋은 아저씨 랑빠부 투린을 이번에 처음 가본다고 한다. 아이고 우리가 잘못 선택을 했구나
과연 아저씨는 길을 몰랐고 여기 저기 물어보고 헤매면서 갔다. 게다가 길은 빵차가 갈 수준이 아니었다. 랜드크루저가 가야 할 것 같이 험한 길이었다. 중간에 차가 모래에 바퀴가 빠져 내려서 영덕씨와 슬기씨가 차를 밀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출발한지 3시간도 넘어서야 간신히 랑빠부에 도착했다.그리 힘들게 왔지만 정작 랑빠부 마을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느긋하다. 흙으로 쌓은 벽과 기와를 얹은 지붕이 눈에 익다. 파난 하늘과 햇볕에 선명히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유채꽃 같기도 하고 메밀꽃 같기도 한 꽃들이 장관을 이룬다.이 예쁜 경치를 깨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어댄 듯한 전기줄과 철탑이다. 중국은 아직 환경에 대한 개념이 없다. 전기줄과 철탑을 피해서 사진 구도를 잡으니 원하는 대로 사진이 안나온다.
한 민가에 들어갔더니 콩을 기계에 빻고 있다.그 용도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콩면을 만든다고 한다. 맛있겠다.콩면이라니
그 집에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영덕씨가 사진을 찍자 울음을 터뜨린다. 커다란 카메라 렌즈가 아이 눈에 무섭게 보일 수도 있지.
마을 공터에는 어른들이 마작과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별 다른 소일거리가 없는 그들에게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에 가보니 학교이다. 학교 대문에 아이들이 너도 나도 뛰어오는 것이 눈부시다. 학교는 아주 작아서 교실은 하나였고 선생님은 어디 갔는지 없고 아이들만 있다. 작은 교실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칠판을 교실 앞뒤로 붙혀놓고 저학년들은 앞을 보고 앉고 고학년들을 뒤로 보게 앉게 해서 한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 같다.
영덕씨는 워낙 소수민족 마을을 많이 다녀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놀아준다. 아이들과 놀다가 단체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촬영의 집이라고 작은 식당겸 숙박을 겸하는 곳에 갔다. 이곳은 영화 촬영이나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 영화배우 장동건도 이곳에서 묵었다고 한다. 점심으로 국수를 삶아서 토마토와 게란을 넣은 탕에 말아먹는 것은 3인분에 15위앤을 주고 먹었다.이제 본격적으로 투린을 보러 간다. 역시나 우리 맘좋은 기사 아저씨는 길을 모른다.몇번을 헤매고 나서야 거대한 투린과 마주 할 수 있었다. 우마오 투린과는 분위기가 다르다.전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위대함
밑으로 내려가서 볼려고 했는데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저씨만 길을 못찾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못찾는가 보다. 이동을 해서 겨우 내려가는 길을 찾으니 이번에는 미끄럽다. 나야 넘어져도 상관 없지만 카메라만은 안되지 조심조심해서 내려갔다. 내려가니 거대한 벌판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 밑에서 올려다 보는 것과는 느낌이 틀리다.역시 인간의 눈이 가장 휼룡한 렌즈이다.아무리 카메라 렌즈가 좋다고 한들 인간의 눈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 한명이 소를 몰고 다니면서 풀을 뜯어먹이고 있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을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느끼는 투린은 어떨지 물어보고 싶어도 할아버지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동을 해서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다시 투린위로 올라갈려니 역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암튼 위로만 올라가면 되니까 헉헉거리고 올라가니 4시이다. 태양의 열기가 극에 달한다.
이 사진은 영덕씨가 찍은 사진이다. 카메라 렌즈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백만원 넘는 카메라 렌즈와는 내 카메라 렌즈는 본질적으로 틀리다.
꾸벅 꾸벅 졸면서 웬모로 돌아왔다. 원래 우리는 이날 헤이징까지 갈려고 했었다. 웬 걸 아저씨가 하루종일 지쳤는지 헤이징을 못 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다들 헤매느라고 지쳐서 낼 아침 기차로 가기로 했다. 웬모에서 헤이징 가는 버스는 아예 없고 기차가 하루에 한번 간다. 갑자기 일정이 널널해졌다. 어제 묶었던 숙소로 다시 가서 똑 같은 방에 짐을 풀었다. 이럴꺼면 빨래라도 했을텐데
저녁을 먹으로 갔던 영덕씨와 슬기씨가 나를 부르러 왔다.제비를 보라는 것이다.
저녁 5시경부터 해질 때까지 다른 전깃줄도 아니고 꼭 터미널이 있는 사거리에 있는 전기줄에만 제비들이 날아든다. 제비동굴인 앤쯔동에서도 이렇게 많은 제비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순식간에 제비들이 날아와 전깃줄에 나란히 앉는 모습이 특이한 진풍경이다.이렇게 밤에 전깃줄에 앉아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날라간다고 한다. 제비들이 꼭 이곳에 와서 자고 가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헤이징까지 같이 가기로 했던 영덕씨가 10시 30분차로 쿤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쉬어서 와인을 같이 하기로 했다. 운남은 일조량이 많아서 와인 생산지로 적합하다. 각 지역별 와인을 놓고 고민하다가 쭝디앤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셨다. 와인이 좋으면 뭐하나 글래스가 숙소에 있는 잔인데
뭐 이런 것도 여행이지 뭐
영덕씬 웬모에서 딱 24시간을 머물고 다시 쿤밍으로 돌아갔다.
여행 3일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