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
아~ 헤어지기 싫다.
이렇게 저녁마다 헤어지기 싫어서라도
빨리 결혼해야겠다, 그치?
어, 윽! 나 죽을 것 같아!
너무 헤어지기 싫어서~캬캬!
그녀는
내 처절한 몸부림을 웃으면서 지켜보다가
살짝 이렇게 한마디를 해줍니다.
"나도~"
그 말에 기운이 솟아서
오늘은 씩씩하게 헤어집니다.
추운데, 언제까지 그녀를
문 앞에다 세워 놓을 수도 없고,
나도 장가도 가기 전에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들어가야죠.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난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걸어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우리의 결혼생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내가 곤히 자고 있으면
그녀가 날 부드러운 목소리로 깨워 주겠죠?
그녀가 손수 매 주는 넥타이에
그녀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마주 앉아서 아침 밥을 먹고
잘 다녀오라고, 집 앞까지 배웅 나와 주겠죠?
퇴근하고 돌아오면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고..
아~ 거기가 바로 천국 아니겠어요?
< 그 여자 >
집으로 들어가는 척하다가
다시 문틈으로
그 사람의 뒷모습을 훔쳐봅니다.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골목길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하며
걸어가고 있네요.
그 뒷모습을 보다가
혼자 배시시 웃게 됩니다.
'힛, 결혼? 결혼이라구?'
대문에 등을 기대고
잠깐, 행복한 상상에 빠져 봅니다.
우리가 결혼하면 그 사람은..
아침 잠이 많은 나를
커피 향기로 깨워 주겠죠?
여왕님은 부드러운 것만 마셔야 한다면서.
난 그렇게 침대 위에서
그 사람이 준비해 준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우린 나란히 출근하고
또 나란히 퇴근하고
가끔 그 사람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엔
늦어서 미안하다며
장미꽃 백 송이와 함께
애교스런 웃음을 보여 주고
그럼 난 못 이기는 척 용서해 주고..
우린.. 그렇게 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