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총체적 관점을 갖으려는 노력은
가끔 무척이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곤 한다.
문제의 시작은 어디서 부터인가...?
사건의 본질 모순은 무엇에서부터 비롯되는가...?
구조의 변혁(변화 정도의 뉘앙스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위해
견지해야만 하는 진보적인 시각과 적절한 대안은 과연 가능한가?
본고사에서... 수능을 거쳐...
이제는 논술이라는 거추장스럽기까지한 진학의 걸림돌이
아이들에게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었다.
대학 입시 제도의 박자에 따라 불안한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공교육은 논술이라는 진학의 관문앞에 드디어 가쁜 숨마저
몰아쉬고 있는 듯하다.
그 와중에 인형극의 주인공과 같은 모습으로
앵무새 흉내를 내고 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극판을 대신해주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는 부모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스스로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는
사교육의 위선적인 추임새에 자신들의 대본을 내던진다.
우리의 교육이 모든 인간을 인간다운 삶으로 이끌기에 적당할까?
여전히 학생의 척도는 성적이며
학교의 척도는 상급학교 진학률이다.
대학들은 나름의 특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일부 상위권 학교들의 오만함 속에 묻혀
생존전략 이상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학서열화는 입시제도의 부정적 강화를 이루고
그것으로 혜택을 본 계층은 스스로 사회귀족임을 자처하며
자신들의 비낭만적이고 가혹했던 학창시절에 대한
당연스러운 보상임에 만족하고
입시제도의 희생양들은 귀족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꼭 좋은 대학가야 한다.
그래야 사람대접 밥을 수 있는거야"
논술...
그들만의 새로운 계층화를 위한 전략적 백신...
수능과 내신에 대한 면역력은 논술이라는 새로운 백신앞에
또 다시 귀족들과의 동거를 거부당한다.
그리고
불안하던 춤사위는 박자마저 놓친 채
춤을 춰야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도록 한다.
더해지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불안감은
달콤한 언어들로 채워진 찌라시에 냉정을 잃고
"높은 교육열"을 스스로 확인이라도 하듯
사교육의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인간의 활동 중 가장 창의적이고 창조적이며
주체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논술이라는 형태의 절대적인 긍정은 이에 따른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계층화 전략으로서의 논술에
인간의 창조성과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도록 맡겨두기에는 너무도 불안하다.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한 의심은 이제 시간낭비인 듯하다.
시국선언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좋은 대접을 받듯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 좋은 대학 처럼 인식되는 세상.
그것에서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인을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문사철'의 '철'은 이미 폐업위기를 겪은 지 오래다.
'문사'는 얼마나 벼터줄까?
과거를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미래를 고사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스스로를 지탱하는 철학이 부재한 현실에서
논술이라는 것이 결국은 누구의 배룰 불리어 줄 것인가는
너무도 간단한 문제일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을 겪을 이들이 누구인지도
덧셈이 가능할 정도의 지적능력이면 충분히 예측가능 할 것이다.
서열화된 입시제도의 부정성에 기생하여 부익부 빈익빈을
뼈저리게 체험하도록 하는 사교육 시장은
이미 창조적 존재인 인간의 논리적 서술을
비창조적으로 변질시키며 판에 박은 듯한 답안은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킬 뿐이다.
스스로 쪽집게 강사라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장사꾼의 모습이
버젓이 교실에서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뒹굴고 있고
어느 새 1만원이 넘어버린 문제집 값에
부모님 얼굴 보기 민망해진 철든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겨누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현실...
수강생이 적으면 강의를 할 수 없다는 경제적 논리가
그들에게는 삶의 철학이 되어 버린 걸까?
그 누가 대학서열화를 철폐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교육이 아닌
진정으로 배워야 하는 것과 길러야 하는 능력을 위한
교육으로의 변혁을 이뤄낼 것인가...
신자유주의의 엄청난 위력앞에 교육계가 곪고 있다.
물질적 가치가 교육의 가치로 탈바꿈하고
계층을 이제는 계급으로까지 썪게 만드려는 돈의 노예들은
오르고 또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미소를 지으며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자녀를 판박이처럼
키우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건국 이래
단 한번도, 단 한 순간도
가진 자들의 편에서
비껴서본 적이 없는 대한민국...
지금 이 순간...
모든 더러움의 시작이
해방이후 친일파 청산이라는
민족적 과엽의 실패와
자주적인 국가의 건설이라는
인류 보편적 과업의 외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의 고리들은
세상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가끔 나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점점 커지는 걱정으로
작아져만 가는 건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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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을 쓰며 투정을 부려본다.
글쓰기... 그 즐기고 싶은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