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검은마법과 쿠페빵

신혜인 |2006.11.28 10:20
조회 32 |추천 0


- 긴 세월이 지나고 우리들이 더 성장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들의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게 되었을 때,

헤어짐이란 이렇게 쓸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보다 억제되고 가공된 공허함과 서글픔을 지닌 것으로

변질되어갔다.

 

아무리 아픈 이별이라도

언젠가는 극복되리라는 것을 아는 공허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사람도

언젠가는 잊혀지리라는 것을 아는 서글픔.

 

우리들은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면서

헤어지는 그 순간보다,

오히려 먼 미래를 생각하며 이별을 아파했다.

 

- 나는 "영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에

매우 약한 아이였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소중히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싶은데

이 세상에는 내 눈에 닿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 눈이 닿을 수 있었는데 놓쳐 버렸다는 아쉬움에

안타까워하는 사이,

나는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거꾸로 보자면 그것은,

내가 그만큼 세상을 좁게 보고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세상이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것들,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에 남길 수 있는 것들은

극히 한정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하루하루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에 울고 웃으며

고민과 망설임을 반복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어쩌면 어른이 되는 입구일지도 모르는,

영원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는 출구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정말로 근사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곧장 날아오는 눈길과 말과 행동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니 마음을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는 행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뚜껑을 닫고 자물쇠로 잠그고 방어벽을 만들어두었다.

그랬음이 분명한 마음속 무언가가

지금 삐걱하는 소리를 냈다.

위험해.

내 마음은 그렇게 강하지가 않은데.

 

모든 사람들은 이미 새로은 생활에 동화되어

차근차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똑같은 곳을 빙빙 돌면서 방황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였다.

 

-------------------------------

나는 여전히 어른이 되길 거부하고 있다.

어른이 되는 것은 두렵다.

책임질 수 있는 행동만 하며 살아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히 지루하다.

이런 시기에 성장소설을 집어든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난 열다섯살 소녀의 간질간질한 고백을 읽으며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이별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게 하고 싶고,

영원이라는 허상을 믿고 그것에 집착하고 싶다.

그렇게 같은 곳을 배회하고 싶다.

절제와 가공이 없는 세상.

그 세상에 아직은 조금더 머물고 싶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