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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박성환 |2006.11.28 21:44
조회 9 |추천 0

700페이지에 18000원이란 가격의 책을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란 회의적인 질문에 봉착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역시나 이 책을 몇 달 동안 찔끔찔끔 읽었다.

 

인디언에 대한 관심은 류시화 번역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읽으면서 시작 되었다. 위대한 인디언 추장의 연설을 엮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인디언들의 삶이 굉장히 영적이였으며, 요즘의 종교 지도자들의 가름침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각성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대한 공정함이나 역사의 진실성을 더 이상 믿지 않기에 그다지 큰 충격은 없지만, 양키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행한 비열한 술수와 잔학무도한 행위를 생각하면, 분노가 나의 이성을 모두 마비시킬 정도로 흥분하게 된다.

 

책은 1860년에서 1890년까지 일어난 사건을 다큐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콜럼버스의 발견이후 그전의 사건에 대해서는 1장에서 간략히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픈 것은 그들의 운명에 대해 내 머리로는 도저히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록 그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해서 백인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 갔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들의 무력 앞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이 결론은 어쩔 수 없이 인간 세상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놀아나는 것이며, 나약하면 도태 될 수 밖에 없다는 정글의 법칙을 증명하는 것 이며, 사필귀정이나, 착하게 살아라는 도덕적 가르침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가 되는 것이기에 슬프고 슬픈것이다. 

 

이 결론에 문뜩 어느 추장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백인들에 대한 분노가 인디언 사이에 팽배할때 한 추장은 우리의 마음이 분노로 물드어서는 아니된다고 했다. 어찌보면 나약하기 그지 없는 말인듯 한데, 그들의 멸족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미리 읽었다면 영혼을 분노로 물들이지 말라는 이 가르침은 참으로 훌륭한 가르침이다. 슬픈 결론에 내가 할 수있는 유일한 노력도 세상이 더러워도 마음이 분노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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