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글을 읽는데 지하철에 관한 이야기 많아..
갑자기 2003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그니까..떄는 바야흐로.. 2003년 9월 몇일 정도 됐을 것 같은데...전라도 광주에서..
남편 직장따라 서울로 상경한지 한달 조금 되지 않았을때. 일이었습니다..
서울이라곤 중학교때 수학여행 가려고 지나친 기억밖에 없고..지하철이라곤 난생 처음
타는거고.. 남편을 따라 다녀보긴 했지만 서울와서..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던 날이었습니다--;
고속터미널에 있는 모 백화점을 가기 위함이었다지요... 볼일을 다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사람이 많아..우리 큰 아이를 업고..손잡이를 잡고 그렇게 서 있었는데..
저기서..줄무늬 스커트를 팔랑거리며 도도하게 걸어오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아마.. 나랑 비슷해보였고.. 머리는 길게 내린 웨이브였고.. 속으로 ' 와 나도 저런 치마 입고 싶다.. " 그녀의 높은 구두를 보고 ' 와..안 넘어지는게 신기하네..' 이러고 잇는데 말이죠..
내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 곁을 지나다가 옆으로 밀려나서 저의 귀여운 왼쪽 발끝을 살포시 밟는것입니다..
뾰쪽구두의 끝이..고대로 전해지는 아픔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아주 크게..아~~~하고 소리쳐서..주위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봤지요..
그리고 그 여자분이 어떻게 나올지 사람들은 그 여자분에게 시선을 돌리더군요..
근데 너무 어이없게.. 이 아줌마 뭐야~~ 라는 표정으로 그냥 가는거예여..
잠시 정신을 차린 뒤..그 여자에게로 갔어요..혹시.. 이어폰 같은걸 끼고 있었다면 그냥 넘어가려고 그랬거든요..근데 그런것도 전혀없고.. 내가 다가가니.. 돌씹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잖아요..
나: 저기요..사람 발을 밟고 갔으면 미안하다고는 해야하잖아요..
그 여자: 저기요.. 내가 도덕시간에 잠만자서.. 그런거 잘 모르거든요??
너무 황당했어요.. 그리고 나도 돌씹은 표정으로 제 자리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마구마구 화가나는거예요.. 어떻게 복수해주지..어떻게 복수해주지... 4정거정만 가면 우리집인데... 그렇게..
마음속으로 화를 누르고 있는데..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갔어요... 지하철은.. 곧.. 봉천역에 정차할것 같고..
드디어 봉천역에..서서히 진입하고..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문이 확..열리는 찰나에..
제가 그여자 치마를 걷어올리며...아스께키...하고 도망쳤어요...
도망치고 나오는데 뒤에선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나고.. 여자 비명소리가 나고..
너무 무서웠어요..그 계단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어요..그여자가 따라올까봐..
얼마나 뛰었는지 몰라요.. 중학교때.. 등교길에 성병환자를 보고 뛴 것 보다 아마
더 빨리 뛴것 같았어요..뒤에는 우리 아이도 업고 있었는데..아이가 등뒤에 있는지도 모르고.. 마구 뛰어서.. --; 콩닥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택시를 타고 집에까지 와야했다는...
그때는 너무 무섭고.. 또.. 웃기고 그랬는데 ㅎㅎㅎ
저기..그때 그 여자분..미안했어요..
하지만..도덕시간이 아니고 윤리시간이 아니라도.. 그런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이를 업고 지하철을 타면.. 아이엄마 힘들다고.. 자리를 내주시는 어르신들도 참 많아요..
젊은분들이 그냥 멀끔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 어르신들이 또 한말씀 해주시죠...
"지들은 나중에 애들 엄마 안 될줄 아나.."
애 업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노약자 자석에 앉아있으면.. 째 뭐야~~하는 어른신들도 계시죠..
이런분도 있고..저런분도 있지만..어째 저는..저한테 자리양보해주신 어른신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그 어르신들을 보고 배우는게 있는지..저도 정말 힘들지 않으면..자리에 잘 앉지 않습니다.
지혜롭고..도덕적인 분들 많으니.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하지마세요..~
(연우견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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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맞아요 저 개념없이 행동한거 맞아요. 도덕적이지 못한것도 사실이고..
그러니 그렇게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치지 않았겠어요?
아마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게 뱉었던 그 여자분의 말투에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나이도 엇 비슷해보이는데..나는 애엄마. 그쪽은 당당한 아가씨?--; 괜히 지기 싫어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ㅎ
아무튼 이 글보고 웃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