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리(Esprit), H&M, 자라(Zara)와 같은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이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몇 년간 크게 증가했으며, 이들 기업의 성장 속도 역시 전통적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보다 빨랐다.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을 통제함으로써 제품과 유통에 있어 브랜드 정체성의 혼합이 가능한 수직적 브랜드는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제공한다.
전통적 유통채널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섬유, 가구, 피혁, 스포츠 용품, 럭셔리 제품 제조업체들을 필두로 한 많은 제조업체가 브랜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직적 통합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을 향한 접근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양한 접근법별 리스크, 장점, 성공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다수의 선도 브랜드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수직적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
하지만 백화점을 위시한 전통적 유통업체는 오늘날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문점과 할인매장이라는 두 종류의 경쟁사 사이에 놓인 유통업체는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 취급 제품을 세심히 관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선반에 물건이 너무 많이 진열됐다든가 매장이 지저분하다든가 상품이 품절됐다거나 매장 디스플레이가 엉성하고,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등의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 정체성은 심하게 훼손되거나 아예 실종되기도 한다.
더구나 제조업체는 네트워크를 통한 데이터 교환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가 재고 회전율, 가격 실현 및 제품군별 매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이런 불만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생산업체가 가치사슬의 유통 부문으로 진출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BCG는 이 방식을 채택한 여러 기업의 고위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 수직적 통합 기회를 진단할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표 참조).
하지만 업계에서 흔히 말하듯 유통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수직적 통합이 기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해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요소를 제대로 구비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수직적 통합을 위한 모든 대안을 고려해야 하며 자사의 강점과 취약점에 비춰 각 대안이 갖는 기회와 리스크를 진단해야 한다.

두 개 이상 제품을 같은 브랜드 선택
다수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전통적 매장의 진열대에서 하나의 특정 브랜드가 특히 두드러지지 않는 한 소비자가 두 개의 제품을 같은 브랜드로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베네통(Benetton), 이케아(Ikea), 지옥스(Geox) 매장에서는 매장과 제품의 브랜드가 동일하기 때문에 단일 제조업체의 브랜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수직적 브랜드는 광고를 하는 데도 유리하다. 하나의 광고로 제품과 매장을 모두 선전할 수 있고, 탁월한 매장 입지·매장 디자인·무료 홍보(free publicity) 등을 통한 고객 유인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 소유주가 전체 가치사슬을 장악하기 때문에 지연 및 생산과 판매간의 마찰 비용을 회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직적 브랜드는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데, 이 점은 특히 패션제품과 신선식품 업체에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수직적 브랜드는 통일된 브랜드 경험 제공과 일관된 제품 포지셔닝이라는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수직적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은 자사의 제품이 적합한 매장 환경(가령 통일된 색감, 조명 및 통일성 있는 제품 포장) 하에 판매되는 것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하면서도 일관되고 중복이 없는 상품 구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조업체는 독립 매장 설립을 선택하건 다른 유통업체의 매장 안에 한 코너를 운영하는 방안을 선택하건, 또는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건 결정은 심사숙고 끝에 내려야 한다.
숍인숍과 컨세션 사업
수직적 통합이 반드시 독자적 점포 개설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는 숍인숍(Shop-in-shops, SiS)과 컨세션(Concession) 사업을 통해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수직적 브랜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유통업체 매장의 일부를 특정 브랜드 전용으로 운영하는 SiS 방식은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이 방식은 제조업체의 자사 브랜드의 시각적 디스플레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키지만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전통적 역할 분담에는 변함이 없다. 유통업체는 여전히 제품을 구입하고 재고의 위험을 떠안는다. 제조업체는 여전히 고객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거나 제품 거래를 위해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기보다는 유통업체에 의존해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이런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SiS 방식을 따르던 많은 제조업체가 이제 장내 매장 운영, 즉 컨세션 사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 역시 유통업체 매장의 일부를 특정 브랜드에 전담시키기는 하지만 제조업체가 재고 부담을 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제조업체는 직접 직원을 고용하고, 자사의 데이터 시스템을 사용하며 수직적 통합으로 인한 다양한 이점을 누린다.
많은 기업이 SiS 및 컨세션 사업방식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에게 판매 생산성과 판매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윈윈(win-win)의 기회라고 여긴다. 실제로 직영 매장을 운영하던 일부 기업은 이제 제품 판로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 SiS 및 컨세션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모든 CEO의 꿈
일부 제조업체는 직영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직영매장 운영은 공장직영 할인매장에서부터 일반 매장, 고급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에 이르는 모든 형태를 아우른다.
이 중 플래그십 스토어는 모든 CEO가 꿈꾸는 바이다. 파리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매장, 뉴욕의 질 샌더(Jil Sander) 매장, LA의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매장, 마이애미의 베르사체(Versace) 매장들은 모두 브랜드를 예술작품처럼 전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쇼핑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멋진 매장 디스플레이, 특별한 고객 서비스, 폭넓은 상품 구색을 통해 완전한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취급하고자 하는 유통업체를 유인하는 역할도 한다.
일부 제조업체는 유통업에 진출함으로써 기존에 거래하던 유통업체와 이해가 상충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매장의 매출 증가를 가져오는 브랜드 플랫폼을 구축하기 때문에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확고한 브랜드 컨셉트는 고객의 재구매를 보장하고 보다 심도 있는 시장조사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와의 접촉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제조사는 제품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소비자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래그십 스토어의 구축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수익성이 낮은 플래그십 스토어도 많다. 값비싼 인테리어는 높은 감가상각비를 의미하고 빼어난 입지는 높은 임대료를, 질 높은 서비스는 높은 인건비를 의미한다. 매장 공간은 일반 매장에 비해 세 배 가량 넓지만 매출은 단지 두 배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물론 플래그십 스토어에 투자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며 간접적으로는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재무제표상에서 보면 이러한 요소는 손익계산서보다는 마케팅 및 홍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직영매장 통한 제품 다각화
직영매장은 자사 직원을 통해 판매 절차를 통제하기 때문에 전통 유통업체나 다른 수직적 통합 모델보다 총 수익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직영매장을 열기 전에 본사의 중앙관리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 중앙에서 의사결정을 할 경우의 장점은 매장 디스플레이, 상품 구색, 서비스 수준 및 직원 교육에 통일성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는 매장별 특정 상품의 중요도를 결정하고 보다 쉽게 판매 수요를 예측하며 규모의 경제로 인한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본사관리 체제는 지역별 제품 선호도를 간과하고 점포 매니저의 의욕을 떨어뜨리며 감독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BCG 연구결과 전반적으로 고급매장과 할인매장은 중앙관리 체제가 적합하고, 중간수준의 매장은 지역 차원에서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과 유통을 모두 통제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직영매장의 관리자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풀-드리븐(pull-driven) 시스템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상품 구색을 구분-지속적 공급을 필요로 하는 장기 베스트셀러, 계절 상품, 아직 제품 매력도 테스트 중인 신상품-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절한 시기와 가격으로 품절되지 않게 공급한다는 보장을 할 수 있다.
또한 직영매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발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령 몽블랑(Mont Blanc)의 경우 1990년 필기구(핵심 상품 카테고리)를 판매하기 위한 직영점을 연 후 1995년 피혁제품을 출시했고, 1996년 남성용 보석류, 1997년 시계, 2001년 향수, 2005년 여성용 보석을 출시했다. 10년 전 한 개의 매장으로 시작한 몽블랑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0개 이상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유통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는 럭셔리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통망 중 하나다.
수직적 브랜드는 유통 및 제품 정체성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고객관계의 질이 경쟁 우위의 핵심요소인 동시에 문제를 일으킬 잠재력도 지닌다. 매장 환경, 판매사원의 역량, 배포되는 인쇄물은 모두 브랜드 정체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리자는 뛰어난 판매사원을 유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역량 개발과 개인 목표 관리 모두에 주안점을 두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설립은 이미 확고히 입지를 구축한 수직적 브랜드에게 현명한 시도가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 모델은 법적으로 독립적인 두 당사자가 협력에 동의하는 사업형태를 말한다. 가맹점은 브랜드 사용, 조달 및 제품·유통 개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가맹비는 제품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제품 컨셉트와 교육을 제공하고 지원 및 광고를 담당한다. 대체로 프랜차이즈 체제는 직영점 체제보다 빠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지만 신중한 관리가 없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베네통으로, 이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이후 점점 직영점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코르(Accor), 에스프리,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 마크 오폴로(Marc O’Polo), 맥도날드, 스타벅스, 톰 테일러(Tom Tailor), 이브 로세르(Yves Rocher)와 같은 기업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경영을 하고 있다.
수직적 통합은 제조업체에 대안 제시
많은 제조업체는 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관리하게 내버려두기에는 브랜드 가치가 너무 소중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수직적 통합은 제조업체가 고려해 볼 많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산출하기 위해서 기업은 공식적인 틀을 사용해 유통업 진출 시의 득과 실을 상세히 따져봐야 한다. 수직적 통합을 향한 각기 다른 접근방식의 장단점을 신중하게 검토한 제조업체는 노력의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보스턴 컨설팅 그룹: 베른트 하우프코른, 조맨겟, 스테판 라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