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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앞에 두고 ·····♡

지용화 |2006.12.05 12:12
조회 38 |추천 0


차 한잔 앞에 두고

 

오광수


비 오는 날 산사(山寺)에서
얼굴 잊겠다던 스님께
햇차를 대접받든 날

마주하신 맑은 얼굴이
두 번째 찻물 속에서
나를 향해 파르스름 피어난다

풍경소린 아니 들리고
또르르 차 따르는 소리만
방안에서 눕는데

옷깃을 풀어헤친 비구름이
지리산을 껴안으며
나로 하여금 눈감게 한다

속세 손으로 받았지만
무량가슴으로 이어지는
한없는 이 따스함

세 번째 찻물 따르는 소리가
무욕으로 다가온 산의 순수가 되어
탁한 유혹들을 씻어내고

회한(悔恨)으로 드는 차 한잔
눈가엔 이슬 한 방울
밖에는 비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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