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 서은혜 / 청어람미디어
2006. 10. 13 / 372쪽 / 9,800원
추천자 : 김정란(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문학적 생애를 정리하는 3부작을 쓰기로 했다. 그 1부작이 『체인지링』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처남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작품에서는 ‘고로’라는 이름)의 자살에서 촉발된 상념들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 그림책 화가 모리스 센닥의 삽화가 중첩되어 있다.
체인지링은 유럽 민간 전승에서 따온 주제인데, 아름다운 아기가 태어나면 괴물같은 작은 요정이 나타나 그 아기를 자신의 흉측한 아기와 바꿔치기해 버린다고 한다. 그 흉측한 아기가 체인지링이다. 저자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어쩌면 늙어가는 사람들 전부가 체인지링은 아닐까? 사랑스러운 유년의 모습 대신 앉아 있는 늙은 육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처남 이타미는 잃어버린 예쁜 아기를 다시 데려오고 싶어하는 것처럼 투신자살해 버린다. 센닥의 그림책에서 아기를 구하러 가는 엄마는 거꾸로 창문을 통해 떨어진다. 그렇게 해야만 나를 수 있다. 거꾸로 중력 속으로 꼬나박히기. 이 몸짓은 긍정적 부정이다. 등 돌린 육체의 육체 부정과 떨어지는 행위의 중력의 수용. 그래야만 중력의 복판을 통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따라 ‘고기토’라고 명명된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이 이름은 그러나 이해할만 하다. 사유 외의 어떤 다른 방법으로 생이라는 이 아득한 부조리를 통과할 것인가? 또는 야쿠자 식의 막무가내의 이기적인 자아팽창을? 주인공 고기토는 야쿠자에게 얻어맞아 통풍을 앓고 있다. 고기토는 야쿠자-육체적 폭력의 맞은편에 있다. 그러므로 고기토-고로는 창가에서 등 돌리고 서서 아래로 떨어지는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