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신국민보고서]② 한미FTA와 한국교육의 미래 - 조병하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최정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선임연구원
'한미FTA 국민보고서-한미FTA와 한국교육의 파탄', 제대로 보기
(한미FTA를 반대하는 단체가 만든) 한미 FTA 국민보고서(이하 보고서) 책자에서는 국민의 정서와 의견에 반하는 한미 FTA로 인하여, 국민의 사회적 권리여야 할 교육이 상품화되고, 교육이 시장화되어, 한국의 공교육은 결과적으로 파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한미 FTA에 의한 한국교육의 파탄을 방지하는 길은 오직 한미 FTA의 중단뿐임을 역설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FTA 추진을 정부와 기득권층의 교육의 영리산업화를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1. 한미FTA는 한국 공교육을 영리산업화화고 시장화하기 위함인가?
보고서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교육의 시장화이다. 공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기본적 권리로 유지되어야 하며 이 점은 국민과 정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렇게 볼 때 한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공교육이 영리산업화되거나 시장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현재 한미 FTA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시장개방은 다수 국가가 공교육으로 간주하고 있는 초중등교육을 제외한, 고등교육, 성인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정도 수준의 교육서비스 시장개방은 이미 3년 전 WTO 협상안 제출시, 각 단체들의 동의하에 마련된 것이다.
한편 고등교육 시장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재정구조 개선, 대학연구의 양적·질적 성장, 대학 운영의 효율성 증대와 같은 긍정적 변화를 유도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2. 교육 테스팅 서비스의 개방은 한국 교육에 대한 파괴적 위험으로 다가올 것인가?
교육 테스팅 시장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개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테스팅 서비스가 한미 FTA협상을 통하여 초중등 교육단계까지 전면 개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한미 FTA 교육서비스 부문 협상안에서 밝힌 바와 같이 초중등단계(공교육)는 시장개방을 위한 협상 영역이 기본적으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테스팅 서비스의 개방이 초중등 교육과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미국의 대학수능시험이라고 하는 SAT 점수를 근거로 국내 대학들이 학생선발을 하겠다고 할 경우, 초중등교육과정에 파급되는 여파는 상당할 것이며, 결국 초중등교육과정의 주변화와 변질이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를 감안, 정부는 교육 테스팅 시장 개방에 대하여 유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상안에서도 테스팅 서비스를 포함하는 기타교육 서비스 분야는 미래 유보사항에 포함하여, 향후 이 문제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을 정부차원에서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길을 열어놓고 있다.
3. 한미FTA는 대학의 영리법인화를 목적으로 하는가?
현재 한국 정부는 영리목적의 고등교육기관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미국의 경우, 영리법인 고등교육기관이 199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현재 미국 4년제 대학의 약 1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비영리 고등교육기관과 영리 고등교육기관의 차이점은 다음의 과 같다.

미국의 영리법인 고등교육기관의 국내 진입을 한미 FTA 협상을 통하여 허용할 경우, 국내대학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 대학들의 영리법인 전환 요청이 있을 시,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하여 온 국내의 사립교육기관에 대한 근본 시스템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서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또한 미국의 영리추구 고등교육기관들이 다양한 전략을 통하여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한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영리법인의 유입은 현 단계에서는 개방이 어렵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4. 한미FTA는 교원노동의 유연화와 교육노동조건의 강화로 이어져 결국 노동자 양성체계와 고용자체의 변화를 유발할 것인가?
보고서에 의하면,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기업경영원리에 입각해 효율 위주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그 결과 교원노동의 유연화가 초래되고 교원노동자들은 평가, 경쟁의 강조에 따라 노동조건의 강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가지면에서 문제가 많은 주장이다. 우선 사실면에서 과장되어 있다. 양국의 교육시스템에 충격을 줄 정도의 교원이나 교육기관 유입을 가능케 하는 상호자격인증은 포함한 시장개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주장 자체가 모순이 있다. 효율성 추구라는 외국교육기관의 운영방식이 교원노동조건의 악화를 초래하여 협상이 중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 ‘교육 책무성의 강조’라는 현재 우리 교육계의 과제와 국민 대다수의 열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교사들의 경쟁력 제고는 교육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미 FTA 체결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과 비교할 때 우리 교육이 열세에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교사를 포함한 우리 교육계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미 FTA 교육서비스 개방은 왜 필요한가?
한미 FTA 교육서비스 개방은 왜 필요한가? 이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그 타당성을 구할 수 있다.
1.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는 한국교육이 당면한 매우 중요한 과제
지식의 생산과 분배를 주도하는 대학의 경쟁력은 지식기반경제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해 왔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낮은 성장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서와 같이,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비하여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대학들은 경쟁을 통한 질 제고에 동의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내 대학간의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지식기반경제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고등교육 경쟁력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하여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학과 공동의 교육과정 운영, 공동의 학위인정 체제 구축, 공동의 연구개발 등이 이루어진다면 국내 대학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고등교육의 질적 열위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유학에 의한 수지적자이다. 이 또한 질 높은 대학의 유치를 통하여 미국 유학으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유학수지적자를 해소하여야 한다. 에서 보듯이 한국은 이미 미국에 3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이며, 이로 인한 유학 수지 적자도 매우 큰 규모이다.
한편 질 높은 미국의 대학이 유입될 경우 미국 유학을 계획하였던 학생들의 약 35% 정도가 국내에 진입하는 미국대학분교에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따라서 미국으로 유학가는 학생들의 약 30~40%가 국내에 진출한 미국대학 분교로 진학할 경우, 예상되는 국제수지 개선 효과는 와 같다.

2. 교육시장개방에 대한 국제적 동향
① 국경을 초월한 교육의 도래
교육서비스의 제공과 소비는 국경을 초월하여(Cross-border)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지구촌화와 함께 일어나는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시장의 개방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사실 별의미가 없으며, 어떻게 교육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교육 수요자를 확보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②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국제적 수준의 교육 필요
교육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해야만 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한미 교육서비스 협상을 계기로 교육의 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 점점 수준이 높아지는 국내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③ 글로벌 수준의 교육체제 질 관리 필요
국가 간 교육서비스 시장개방을 통하여 유입되는 고등교육서비스의 질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관리 체제의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교육 단계별로 평가인증제가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된 국가이다. 한미 FTA 교육서비스 협상을 계기로 국내 평가인증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국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④ 동북아 교육허브로의 부상은 한국의 사명
한미 FTA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간의 이익적 무역관계를 넘어, 한국의 교육이 동북아의 중핵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교육과정운영과 교육의 질 관리 체제 구축, 국제적 수준의 대학 육성 등은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이다. 한미 FTA를 통해 우리의 교육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향후 한미 FTA 협상의 방향과 과제
먼저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미 FTA 협상과정에 대해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나갈 것이다. 교육시장 개방을 위한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경제자유구역설치, 제주 특별 자치도, 지역특구, 기업도시 등도 한미 FTA 등과 같은 교육시장 개방과 맥을 같이 해야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들 지역에 외국기업과 사회간접자본만 들어오고, 교육기관은 유입되지 못한다면 의도한 바와 같은 경제특구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FTA는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 규제 정비 차원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나가야 한다.
한미 FTA 협상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불필요한 규제 정비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대학 졸업에 필요한 학점 인정에 관한 제한조건과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있어서의 여러 제한 조건을 철폐한 것이 그 예이다.
또한 한미 FTA로 국경을 넘나드는 교육서비스가 확대된 규모로 제공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부진하던 고등교육 평가·인증 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 할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질보장·질관리 시스템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구축할 계기를 마련하여 궁극적으로 교육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 협상시, 공세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적극적 모색이 필요하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일부 영어 수출국 뿐만이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나 두바이 등도 대학시장개방을 통한 국제화를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의 교육서비스 무역은 장기적이며 상호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한국이 처한 현재의 지위에만 얽매여 너무 극단적인 수세적 입장만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시장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의 장점과 강점을 전략적으로 식별하여, 장기적 비전을 갖고, 미국 본토를 공략할 수 있는 공세적 자세와 전략을 차츰차츰 정비하고 다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