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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없고 패널들만 설치는 프로그램.” KBS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있는 ‘미녀들의 수다’ 시청자들의 비판을 종합하면 이쯤 된다.
KBS가 가을 개편으로 선보인 ‘글로벌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는 지난 3일 방영분까지 2차례 전파를 탔다. 해외 각국 출신 미혼여성인 ‘미녀’ 16명이 MC 남희석 및 남성 연예인 패널 5명과 벌이는 버라이어티 토크쇼 형식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90만명을 넘어선 현재 상황에서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획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 시청자들이 인터넷 팬카페를 결성할 정도로 호응도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뿐이다.
◇패널들의 수다=시청자 게시판 상의 비판은 대부분 특정 패널 탓에 프로그램이 산만하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미녀와 패널의 화면 노출 비율을 6 대 4 정도로 편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최강 미남 군단’으로 명명된 패널들은 종횡무진 화면을 뒤덮으며 시청자에게 40% 이상의 인상을 남기고 있다.
굴뚝을 부뚜막으로 잘못 설명한 패널에 이어 2회째에는 프로그램과 전혀 무관한 연예인의 도박 전과를 상기시키거나, 미녀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캐묻거나, 말 실수한 후배에게 목도리를 휘두르는 등 패널들의 교양수준이 여과없이 방영됐다. “2회 방영분은 편집을 많이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으로 미뤄보면 녹화장 모습은 훨씬 산만했음이 짐작된다. 한 시청자는 “과연 저 사람들이 우리나라 남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 글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특정 패널 3명 내외의 자질을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들에 대한 판단은 “기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인정 받은 연예인”이어서 ‘산만한’ 방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은 어디에=글로벌 토크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녀 출연자들의 국적이 일본 등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프로그램 진행도 일본·중국·미국 등 특정국 출신자에게 크게 의존한다. 유독 아프리카 대륙 출신만 없으며 흑인도 단 한 명(미국인)이다. 우리말이 능수능란한 미녀를 섭외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한 한국 평가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른 지역 미녀가 화면에 등장할 때는 해당 국가의 문화가 희화화되기도 한다. 2회 방영분에서 MC와 패널들은 말레이시아와 인도 출신 미녀에게 부인을 여러명 둘 수 있는 이슬람의 결혼 풍습을 언급하며 “이렇게 부러운 나라가 있다니, 이민 갈 방법이 없느냐” 등의 농담을 던졌다. 일부 패널은 곰 세마리 동요를 개사해 율동을 곁들여 웃기려 들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한상희 팀장은 “각국 문화의 이질성과 상대성을 유쾌하게 풀어내야겠지만 신변잡기식 프로그램을 끌어가다보면 아이템이 쉽게 고갈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크 대신 스킨십=일요일 오전 TV 앞에 모인 가족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억지 짝지우기’ 방식의 진행도 꼽힌다. 패널들에 대한 현장 인기투표를 벌이는가 하면 MC가 남녀 커플 댄스를 유도하기도 한다. 2회째에는 미녀와 패널 1명씩이 한국 드라마를 재연하는 코너가 마련돼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연출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오는 10일 3회 방영분에서도 미녀들의 한국 가요 경연을 통한 ‘화끈한 무대’가 선보일 예정이다. 여성계 일각에서는 “외국 여성들의 성상품화”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연출을 맡은 이기원 프로듀서는 “이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임을 감안해줬으면 한다”며 “미녀 대부분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 토크가 원활치 않고 프로그램이 지루해질 수 있는 탓에 여러가지를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이 정착돼가는 과정이라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각국 문화의 이해도를 넓히는 등 계속 순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