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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도시

안지언 |2006.12.10 20:53
조회 379 |추천 0

폴 오스터

읽은 날 : 12월 7~10일

 

그곳은 어디일까.

실종의 도시, 약탈의 도시, 죽음의 도시, 탄생이 없는 도시, 들어가는 길은 있으나 나오는 길은 찾을 수 없는 도시, 아름다운 소녀를 억세고 냉소적인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도시.....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끔 우리의 세상과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오싹해졌다. 그곳은 어디일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대체로 사람들이 굳게 믿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옛날에 아무리 나쁜 것이었다 해도 그것이 오늘날의 그 어떤 것보다 낫다는 믿음이다. 이틀 전의 것이 어제의 것보다 좋다. 과거로 되돌아가면 갈수록 세상은 더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 된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보이는 것은 분명 그 전날보다 더 열악한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잠들기 전의 세상의 모습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의 현재가 단순히 헛것에 불과하다는 미몽에 빠질 수 있다. 마음에 안고 사는 옛날의 기억만큼이나 현실성 없는 헛것, 그래서 현재의 아픔을 잊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때때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가운데 죽음이라는 것도 하나 있지 않나 싶다. 죽음은 우리의 예술 형식이며, 우리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그래,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다.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내 인생이 많은 후회와 탈선과 돌이틸 수 없는 실수로 점철된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과거를 회상하는 일의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돌아다보며 우리는 얼마나 놀라는가. 그러나 지금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임을 나는 안다. 지금 어떻게 돌이켜 고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어쩌면 끝이란 우리의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 낸 상상의 목적지 말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멈춘 것뿐이다. 그래,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끝에 도달했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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