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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정애 |2006.12.12 09:17
조회 63 |추천 1

아침마다 나를 부르는 것은 커피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커피다.

출근하는 신랑은 밥을 챙겨줘야 하지만 나를 위해서 따뜻한 커피한잔만

있으면 그만이다.

커피를 마실때면 항상 글을 쓰고 싶어 진다.

커피와 글은 왜 이렇게 잘 어울릴까?

공부를 하다가도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문득 커피가 먹고 싶어지면 이내 나는 일기장을 꺼내거나 다이어리를 펴서 몇자라도 적어야 성이 풀린다.

오늘은 특히나  날씨가 흐려 분위기 잡는데 안성맞춤이다.

흐린날 커피 한잔 타 놓고 다다다닥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내 모습은

어느 유명한 작가 못지 않게 멋진 작가가 된 기분이다.

 

커피는 음미하는 거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편이다.

어떨때는 한잔을 타놓고 한시간동안 마신적도 있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 한모금 한모금 간격을 두고 천천히 먹는 것이

버릇이 돼버렸다. 그래서 항상 차가워진 커피를 먹게 된다. 그래도 물처럼 후루룹 마시는 것보단 천천히 음미 하면서 먹는 것이 나만의 커피 마시는 즐거움이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묻는 다면 내가 세례 받았던 본당 마당가에 있던 일명 벽다방 즉 자판기 커피라고 대답하고 싶다. 성당에 볼일이 없어도 집이 그 근처였던 나는 친구와 함께 자주 그 벽다방 커피를 애용하곤 했다. 쌀쌀한 날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 들고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눴던 시간들이 어찌나 행복했던지.

지금도 찾아 가기만 한다면야 그 벽다방과 그 근처에 살고 있는 내 다정한 벗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건 내가 그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왔다는 거다.

사람이란 본디 자신이 오랫동안 머물던 곳을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게 돼 있나보다.

커피하면 항상 그곳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나도 참 사람인가봐.

 

커피 매니아는 아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하루의 어떤 시간보다도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나지만 나 스스로 내가 커피 매니아라고 말하진 못할 것 같다. 사실 나는 커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어떻게 하면 더 맛좋은 커피를 탈 수 있는지 조차도 잘 모른다. 그 분야에 대해선 정말 꽝인거다.

또 좋다고해서 하루에 몇잔씩 먹지도 않는다. 결혼전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세잔을 마셨는데 결혼후엔 아침과 점심 혹은 아침에만 마시게 되었다.

너무 자주 많이 마시는 커피는 몸에 헤롭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자제하게 되는 면도 있고, 커피를 마실때면 늘 분위기를 잡게 되는데 하루에 몇번씩 그런 분위기를 잡고 있을만한 여유도 없기 때문일 거다.

 

진정 커피를 더 사랑하고 싶다.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진 듯한 느낌이다. 방금 전까지 즐겁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무기력해져 버렸다. 찻잔속에 커피가 없기 때문이다. 이 좋은 커피를 내가 더 사랑해 주기 위해서 우선 커피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겠다. 어떤 것이든 본질을 알아야 진짜로 사랑할 수 있을테니깐. 겉으로만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그 깊이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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