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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여신

김현창 |2006.12.12 21:29
조회 672 |추천 10


1. 시놉시스

"오랜만에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전화해봤어.
지금 사진 보냈으니 한번봐. 좀 이상한 무지개야.
불길해서 보내는거야. 농담. 예뻐서 보낸다. 잘 지내니?…"
기시다 토모야(이치하라 하야토)와 아오이(우에노 쥬리)의 만남은 최악이었다. 토모야는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와 같은 레코드 샵에서 일하는 아오이에게 말을 걸고 대학 영화연구회에 속해있는 아오이는, 자신이 촬영하는 영화의 필름값이 필요해서 토모야를 위해 사랑의 큐피드가 되는 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이없게 실연 당한 토모야는 아오이가 속한 영화동아리에 억지로 휘말리게 되고 아오이가 감독하는 영화 〈THE END OF THE WORLD>에 주연배우로 출연하게 된다.
아오이는 토모야의 연애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아오이의 여동생 카나(아오이 유우)와 함께 여름 신사 축제에 가기도 한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하잘것없는 일부터 장래에 대한 고민까지 서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졸업후 영상 제작회사에 입사한 아오이는 미국에 유학가기로 결심하고 토모야는 아오이의 추천으로 아오이의 회사에 취직하게되지만 토모야는 아오이가 마음속으로 키워온 연정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 보내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아오이의 소식을 알게된 토모야는 회사에 있던 아오이의 비품을 돌려주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는 카나의 안내로 아오이의 방에 들어선다. 그리고 토모야는 아오이에게 부탁했던 러브레터를 읽다가 그녀의 마음속에 키우고 있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는데…

 

2. 개요

일단, 스태프가 마음에 들었다. 일본 로맨스의 대표작, '러브레터'의 주인공 이와이 슌지 감독. 그리고 그 스태프진. 실은 혼자볼까 하던 영화였는데 어쩌다 보니 친구(男)와 함께 보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영화관에 사람이 얼마 없었던 것이랄까.

스미마셍(미안합니다)과 모자란 듯한 웃음을 늘상 달고사는 남자 주인공과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러나 부드러운 여자 주인공. 이들의 이야기가 한권의 일기장을 읽는 듯 절묘하게 겹쳐진다.

 

3. 평가

영화의 시작이 부드럽다. 남자주인공, 토모야(이치하라 하야토 분)가 핸드폰을 들고 무지개를 찍는다. 수평무지개다. TV의 일기예보에서는 그 무지개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토모야가 전송한 무지개 사진을 받은 여자, 아오이(우에노 쥬리 분)는 미국으로 유학 가는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이 복선과 반전이 있어서 아오이의 죽음이 더욱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특징은 각 장(章)이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본론부분 7장과 에필로그 형 마지막 장까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마지막 장을 제외하면 7장으로, 동양에서 간주하는 무지개의 일곱 빛깔을 의미하는 7개의 숫자가 된다. 각 장에는 토모야와 아오이의 추억이 옴니버스 식으로 하나하나 전개된다. 그들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간혹 생각나던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소설(영화는 아직 보지 못한 관계로...;). 남자와 여자의 심리가 미묘하게 얽힌, 그러나 서로는 알지 못하는. 영화를 보는 관객은 남녀의 심리를 안다. 남자는 여자를 친구로 생각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 자신이 그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듯 싶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남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표출하지는 못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회사 옥상에서 남자에게 넌지시 암시를 주지만, 남자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이러한 감정의 엇갈림이 영화 종반까지 팽팽히 이어진다.

여기서 유별난 것은 액자식(?) 구성이랄까? <무지개 여신>이라는 1차적 영상 안에 <지구 최후의 날>이라는 아오이 감독의 영화를 넣은 것. 여기서 주인공으로 분한 아오이는 독백처럼 중얼거리며 흐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죽는 것도 두렵지 않았어.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니까 죽는 게 두려워. 같이 살고 싶어." 라고. 이것이 비행기사고로 죽기 직전까지, 토모야에게 간직하고 있던 감정이 아닐까.

이 영화는 이처럼 모든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아오이의 심리를 대변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저렇게도 몰라주는 바보같은 남자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실인즉 그 당사자가 되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면 상대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가 되니 뭐.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을 꼽으라면 캐스팅과 OST이다. 일단 캐스팅 자체에서 토모야 역의 이치하라 하야토는 순진무구, 우유부단한 남성의 대명사를 절묘하게 연기한다. 아오이 역의 우에노 쥬리는 청순함의 매력과 냉정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어느 정도 감출 줄 알면서도 여린 모습을 보이는 아오이 역을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쥬리는 영화 내내 나로 하여금 '고아성의 10년 후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씬은 Xi아파트 광고에서의 이영애를 생각나게 하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곡, The Rainbow Song은 싱어송 라이터 타네 토모코의 90년 발표곡이다. 영화 크랭크인 15년 전에 나온 노래가 그리도 절묘하게 영화의 주제, 세계관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절묘한 매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소재까지도 무지개로 같지 않은가.

 “언젠가는 생각이 나겠지. 오늘의 모든 풍경들이. 마음이 아플정도로 그리워질지도 몰라. 내리쬐는 태양속에서 뻗어나온 프리즘이 일곱 빛깔로 내 마음을 물들이네. 우리가 쫓았던 그러나 잡을 수 없었던 그 무지개. 자오선을 넘어서 찾으러 갈꺼야. 무지개는 우리의 꿈을 이루어줄 기적이니까…”

소재의 의미를 극대화한 점도 눈에 띈다. 각 장마다 주요 소재를 하나씩 끼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의 휴대폰은 하야토에게 아오이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마지막 카운터펀치가 된다. 특히, 마지막에 '배터리가 없습니다. 전원을 꺼주세요' 라고 뜨는 핸드폰의 액정은 아오이의 마음이, 숨겨온 마음이 핸드폰 안에서만이 아니라, 하야토의 마음 속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너무 잔잔하다는 것이 어떤 관객에게는 불만이 될지도 모르겠다. 울어야 할 것 같은 영화인데 울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이 슌지 스타일의 영화를 전형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하기에 큰 불만은 없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와 같이, 조용하게, 연못에 이는 물결같은 로맨스라는 일본영화의 전형을 본 듯 해서 가슴 한쪽이 훈훈하다.

 

4. 별점

★★★★

추천수10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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