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Udon 포스터: 윽, 우리나라에서 이 포스터라면 절대 못 뜰텐데...
2. 파밭에서 우동그릇 들고 서 있는 우리의 출연진들.
3. Udon의 주인공들. 이 여자분...맹한 캐릭터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서울-도쿄 구간의 비행시간은 2시간 20분.
앞뒤로 이착륙을 위하여 퍼스널모니터를 꺼두는 시간을 빼면, 영화 한 편을 보기에 모자란 시간이 남는다.
그것이 이 모든 비극의 시작과 끝이다.
JAL의 12월 기내 영화 중의 하나인 Udon.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일본영화 하나라는 이유로 선택했다.
극장에 개봉한들 내가 가서 볼 일은 없을테고, 또 최근의 현저히 낮은 일본영화 개봉률을 고려했을 경우 안봐두면 일단 손해다. 뭐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Udon은 진부한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 자체가 진부하기에 앞서 영화 전체에서 그 진부함에 대한 이야기를 상큼발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 세상에 인간과 같은 생물이 하나 있지. 바로 바이러스야. 한 곳을 차지하고 모든 자원을 고갈시킨 뒤 그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또 이동하지. (매트릭스, 요원-여기서 그 이름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는 나의 게으름에는 주목하지 말것-의 주옥같은 대사)
요원의 말을 빌자면,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우동이라는 지점을 순식간에 차지하고 순식간에 장소를 텅 비게 만들고 나서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영화 Udon은 하타카라는 고장의 우동(혹은 우동의 고장 하타카)이 어떻게 상품화되어 소비되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유행을 창조하게 소비하는 행태에 대한 고찰로도 볼 수 있다.
무슨 말이 그렇게 어렵냐고?(내 표현력의 부족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를 개그식으로 살짝 비틀어주고, 일본식 개그를 곳곳에 설치하고 눈물 쭉 짜내는 휴머니즘으로 끝맛을 살린 향그러운 우동 한 그릇이다. 이 영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계속 웃고 황당한 개그컷에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눈물도 조금 흘렸다. 옆에 앉은 일본인 아저씨의 체취(!)에 취해, 몸무게가 평균을 크게 웃돌아 내 자리까지 비집고 들어오는 그 아저씨의 살에 눌리면서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제법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기에서 나의 글이 끝난다면, 얼마나 상큼한 영화 소개글이 되겠냐마는...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서울-도쿄 비행시간 2시간 20분.
퍼스널모니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시간 25분.
영화 Udon의 상영 시간 102분.
여기서 초등학교 저학년용 산수 문제 하나.
102- 85=?
그렇다. 나는 영화의 끝부분-엔딩크레딧을 제외하고도 대략 10분-을 보지 못하고 비행기에서 내려야했다. 눈물이 그렁해진 눈으로 아들과 아버지의 극적인 화해 장면을 고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기장의 목소리. 그리고 꺼지는 모니터.
귀국하자마자 어둠의 경로를 통해 그 영화의 끝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그 영화의 끝이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그저 안심이 되는 영화 Udon.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 끝은 만나게 될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마저 주는 따뜻한 영화. 그리고 내가 사는 세계에 대한 짧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정말 통속적인 영화.
오늘, 그저, 문득, 생각이 났다.
덧붙임.: 아참!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은 절대 이 영화 보지 마시라~! 우동이라면 질색인 나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젓가락으로 건져지는 우동면발에 침을 흘렸으니까. 그리고 우동을 즐기는 다양한 법이 소개되어 있다. 셀프 우동이라든가, 파를 먹고 싶은 사람은 우동집 텃밭에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던가....
오늘의 교훈: 서울-도쿄 구간 비행 중 영화를 선택할 때는 상영시간을 특히 고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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