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12세가 봐도 괜찮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주연 |2006.12.17 18:47
조회 1,140 |추천 9


 

박찬욱은.....
참으로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서 마음껏 펼쳐질 수 있기때문에
정상인으로 분류되고
대다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박찬욱식으로 상상을 하며 지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겠다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어찌보면
직업선택을 탁월하게 했다고 칭할 수 있고
달리 뒤집어보면
영화 감독 안했으면, 당신 어쩔뻔 했어?
물음을 던질 수 있을법한 위험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것,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았던
"박찬욱 식으로 생각하기"는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고
그로인해서 박찬욱 표 영화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어떤 거부감같은 느낌들이 있었다.

 


 

임수정과 비를 데리고 12세 관람가의 영화를 만든다기에
무척이나 궁금했다.
정지훈의 첫 스크린 데뷔작품이 박찬욱의 영화라는 이야기에
와장창 배도 아프고 성질도 마구 났었고.

시사회장에서 박찬욱 감독이
딸을 데리고 함께 감상하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들으면서,
과연 박찬욱이 딸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라고 하면....
어떤 영화일까. 정말 아기자기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

 

임수정의 이기적인 몸매와 외모도 썩 좋았고
정지훈의 연기야

(이.죽.사나 상구때와 비교해서 거기서 거기였지만)
도저히 못봐주겠다며 눈을 질끈 감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또한 틈틈히 등장해주시는 조연급들도
그동안 박찬욱의 영화에서 대활약을 펼치던 사람들이어서
아주 익숙한 상황들이었고.

 


 

그런데.................
정말, 이 영화를
딸과 함께 보겠다고?
딸과 함께 볼 수 있다고?

 

나는 경악했다.

자신이 싸이보그라는 그녀는 공장에 앉아
자신의 손목을 긋고,
그 손목 속에 전선을 심어 칭칭 감은 다음
플러그를 꼽아버리는 첫 장면서부터.

 

후반부 두어번씩이나
상상씬이라는 명분으로 싸이보그가 된 영군에게서
총알이 난사되고,
번번히 하얀 의사가운에 붉은 핏자국이 번지는 모양을 보며
점점 더 많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영화 스토리에 실망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 장면들이 12세 관람가의 등급기준을 통과해서
버젓하게 극장에 걸릴 수 있느냐는 말이다.

세계에서 인정한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된 비라면 다 괜찮아?
아무도 딴지 못 걸만큼

출중한 동안을 가진 임수정이라면 다 괜찮아?
그동안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희석시킨 박찬욱이라면 다 괜찮아?

 

물론...
요즘 아이들의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 컴퓨터 게임들이
이따금 이보다 더 폭력적이고 유혈이 낭자할 수 있다는 것도
수긍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나는 밑도 끝도 없이 불쾌해졌다.

 

나라면.............
딸이든 아들이든,
내 자식을 데리고 이 영화는 보여줄 수가 없겠다.

 

로맨틱 코메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결국, 일순이 영군을 사랑한다는 증거는
'싸이보그지만, 밥을 먹어도 괜찮아' 뿐이었고
대부분이 영군이 틀니도 못낀 할머니를 데려간
하얀맨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상상력을 도와주는
일순의 역할로 그쳐진 것을 보면
정말 이 영화의 장르 구분은 이제 퓨전과 믹스를 넘어서서
"로맨틱 코메디"라고 우기기,
혹은, "유혈이 낭자한 로맨틱 블랙 코메디"라고
지칭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더더군다나 작년에 '미스터 소크라테스'가
과도한 폭력과 욕설이라는 명분으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을 생각해보면
박찬욱의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를 받은 것이
아주 심히 기분이 언짢아지는 거다.

 

영화라는 장르는 다양성을 가져야하고
또한 그 다양성을 더 개성있게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충분히 감안할때
뭐, 솔직히 박찬욱의 잘못은 아니다.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였다는 사실이 불쾌할 따름이지.


 


 

포복절도하게 웃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슴 찡하게 뭔가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그렇고 그런,

정말 이상한 박찬욱의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어른의 옷을 입고 어른의 놀이에 심취된

초등학생 날나리를 보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서

찜찜한 영화였다.

 


 

추천수9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