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요즘 부쩍 장가가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후배를
보면서 웃습니다. 장가갈 마음의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꽃이 피고 날이 화사해지니 제 마음의 빈터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없는 소년처럼 투정하는 후배가 귀엽기도
했습니다.
그 남자는 어느 저녁에 후배를 불러놓고 이야기 했습니다.
"너 말야, 어떤 여자가 낮이나 밤이나 옆에서 잔소리하는거
견딜수 있냐?"
"에이, 형은? 그런 걸 왜 견뎌요?
그리고 난 그런 여자랑 결혼 안해."
역시 세상을, 또 여자를 겪어보지 않은 후배는 아주 이상적인
소리만 하고 있었지요. 그 남자는 다시 한번 후배에게 말합니다.
"너는 아직도 잘 모르는 모양인데, 뭐 그럼, 여자들이 이마에다가
나는 결혼하면 낮이나 밤이나 잔소리하고 투정할 여자예요.
이렇게 써붙이고 다니는 줄 아니? 10년을 연애해도 절대 그건
모르는 법이야."
후배는 그 남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형은 도대체 나보고 장가를 가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왜 형의 불행이 삼천만의 불생인것처럼 강조하는 거야?"
제법 유머감각이 있는 항의를 하는 후배에게
그 남자는 꿀밤을 한 대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후배에게 사실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결혼이란 사랑해서 해야 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평생 그사람을 등에 업고 가는것과 같은 것이라고...
등이 아파오고 허리가 끊어질 듯해도 그 사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이지요.
가끔 길 옆에 소담한 의자가 놓인 오솔길이 보이면
한번쯤 등에서 내려놓고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에서 그런 평화롭고 홀가분한 시간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손 잡고 가는 즐거운 시간은 짧기만하고, 오랜 날들을
그렇게 한 사람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업고 가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후배에게 묻고 싶었지요...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일생을 걸고 사랑하는 것' 이 아니라
'그저 한번 사랑해 보는 것' 이기 쉽다는 것을
아마도 후배는 인정하지 않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과 '한번 사랑해 보는 것' 의
차이를 모르는 채로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아마 후배도
머지않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일생을 걸고 사랑하는 것' 과
'그저 한번 사랑해 보는 것' 사이의 그 엄청난 차이,
그 뼈저린 차이에 대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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